31일 대한상공회의소 중견기업위원장에 선임된 최병오(60) 신임 위원장(패션그룹 형지 회장)은 취임식 자리에서 기자를 만나자마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인사를 거듭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중견기업을 신성장 동력의 한 축으로 삼겠다고 밝히는 등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인식해서다. 대한상의 중견기업위원회는 ‘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의 위상을 높이고 지원을 촉구하기 위해 업종별 중견기업인 80여 명이 만든 조직이다. 최 위원장은 2009년 2월 위원회가 발족할 때부터 참여해 왔다.
-중견기업은 정책 지원의 사각지대로 여겨져 왔다.
“중소기업이 산업의 뿌리라면 중견기업은 허리에 해당한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이 아니어서 지원이 끊기고 대기업 관련 규제를 적용받는다. 가령 법인세가 20% 이상 늘어나는 등 세제 혜택이 사라지고 정책금융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 조달 시장에 참여하는 것도 막힌다. (중견기업이 되면) 160가지가 넘는다는 규제가 새로 생긴다. 사정이 이러니 이대로 중소기업에 머물러 있고 싶다는 ‘피터팬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것 아닌가.”
-가장 시급하게 추진할 일은.
“명실상부한 중견기업 지원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무작정 중견기업을 보호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달라는 것이다. 지난해 중견기업에 대한 법적 정의가 마련됐지만 여전히 관련 정책과 제도가 미비해 지원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새 정부가 중견기업이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성장 사다리’를 만들겠다고 한 만큼 기대가 높다.”
-사회적 책임도 있는 것 아닌가.
“물론이다. 중견기업도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일에 적극 투자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경제의 중추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
최 회장은 1982년 서울 동대문시장 3.3㎡ 매장에서 ‘크라운사’라는 간판을 내걸고 패션사업을 시작했다. 어음 관리를 제대로 못해 부도를 낸 아픈 경험도 있다. 현재는 크로커다일 레이디와 샤트렌·노스케이프·올리비아 하슬러 등 12개 브랜드를 보유하면서 지난해 78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중견기업과 관련한 단체가 여럿 있다.
“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관련 단체가 힘을 합해 중견기업 지원 정책을 뿌리내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한편 대한상의는 이날 “현재 1400여 개인 중견기업을 2015년까지 3000개로 늘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중견기업 전담조직을 새로 설치하는 등 기업 생태계 조성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