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 단양의 하늘/오담삼봉에서…-이영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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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곳을 찾아드는 나그네들은 그 눈부신 경치에 말문을 잊는다 옥순봉과 구담봉 밑으로, 멀리 동남서로 억겁의 전설을 잉태한 선암군의 조각. 사인암과, 석문. 무지개 달이 뜨는 유의의 오담산봉. 이곳을 찾아드는 나그네들은 영달의 입김에 하늘 우러러, 고된 인간의 위선자와도 같은 망태를 맨 촌색시를 만나 옷깃을 여민다. 아니, 바랑을 메고 고개 숙인 스님을 따라 험한 폭포수에 그림자를 새기며, 합장한다. <대자 대비 하사이다> 이곳을 찾아드는 나그네들은 그리하여 어느덧 최면술에 걸려 복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외는 석가의 분신 앞에 굴욕을 받기가 일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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