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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흔한데 돈이 귀한 자금사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한상의는 어제 「금융경색완화를 위한 긴급건의」를 관계요로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 건의는 지불준비율의 인상, 통화안정증권의 발행과 그 매려기한의 연장, 그리고 시은예금의 농협예치 등으로 금융기관의 일반기업자금신용은 극도로 억제되어 있는 반면, 재정부문의 계속적인 대규모의 재정살초는 극도로 금융부문을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이와 아울러 고율의 대출금리와 조세부담 및 사채부담률의 가중은 은행연체대부의 누적과 수표 및 어음부도의 격증을 초래시키고 사채이자율의 상승을 가져옴으로써 자금난의 현실을 입증하고 있다는 것을 적시하고 있다.
외환매초로 말미암은 통화증발과 비료대금의 방출 등이 재정안정계획의 한계를 위협하게 되자 그것을 금융부문의 여신억제로써 해소시키고 있다는 것은 주지되어 있는 바와 같다. 재정살초와 외환매초로 인한 통화증발을 여신억제로써 「커버」하기 위하여 시은의 예금재원을 지준율 인상과 통화안정증권의 강제인수, 그리고 농협에의 무제한예치 등 수단으로 동결시키고 있는 화폐정책의 현상은 확실히 자금유통의 정궤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것이며 안정계획치를 사후적으로 맞추는데 급급한 재정독주의 전례라고 할 것이다.
이리하여 예금이율의 인상으로 시중은행의 대출재원은 증가되었지만 그것은 이른바 정책금융을 지원하기에도 미흡한 상태에 있으며, 업종별 규모별의 대출실적은 심한 편기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이 「모니터리·베이스」나 대출선의 신용능력에 따라서 초래된 현상이 아니라 계획사업과 정책적인 의도에 유래된 것이기 때문에 금융의 운영은 명실공히 정부의 타율에 습복되고 있다고 보아 무방할 것이며, 「머니·폴로」의 정상적인 순환은 왜곡을 강제 당하고 있다하여도 과언이 아닌 상태에 놓여있다.
이자율의 신축성 있는 조작으로 탄력적인 자금수급의 자동조절을 기하자는 것이 소위 금리현실화정책의 근본의도였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시은에 흡수된 예금재원이 총체적인 통화량 내지 유동성규제의 대상으로 동결되거나 또는 편중대출 됨으로써 자금순환경로에서 일탈된다면 이것은 경제순환의 원골을 저해하는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16일의 금통운위는 은행법 15조의 단서를 적응하여 시은의 자산운용의 한계를 자기자본금의 「1백50분의10」에서 「2백분의 10」으로 늘리기로 했다지만, 일시적인 편법이 아닌 기본적인 대출한도의 증대방안이 경제규모의 확대과정에 수응하여 계속 추구되어야 할 것이다.
여신억제의 수단으로 채택되고 있는 안정증권이나 농협예치 같은 것은 그것이 강제성을 띠고 있다는 면에서만이 아니라, 금융의 정상적인 운영에 어긋나는 것이며, 더구나 재정과 외환부문에 원인을 갖는 유동성증가의 억제를 금융부문에 전가한 것이라는 점에서 「정상적인」금융정책수단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시은이 자율적으로 금융기준을 지켜갈 수 있도록 되자면 우선 재정수지과정의 균형 및 외환정책과 외자도입정책의 합리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며, 그와 병행한 정상적인 증자조치가 뒤따를 경우에만 시은의 정상적인 대출재원의 증대는 기대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떻든 유동성은 늘고 있는데 시중의 자금사정은 악화되고 있으며 그 여파로 일반기업체는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자의 원활한 수급과 생산의 안정적인 증대가 자금유통의 원활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 상도 한다면 최근의 통화정책은 통제적인 경직성을 띠고 있다고 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정상성과 탄력성은 통화정책의 요체임을 반성하여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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