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삼성, 애플 특허 침해 고의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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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29일(현지시간) “삼성이 애플의 특허를 고의적으로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루시 고 판사는 이날 “애플 특허의 효력이 없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고의적(willful)인 침해가 아니다”는 삼성전자 측의 항변을 받아들여 고의성인 침해로 본 배심원단의 평결을 뒤집었다. 지난해 8월 배심원단은 33개 문항이 적힌 20쪽짜리 평결문을 통해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 6건을 침해했다며 10억5000만 달러(약 1조2000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특히 배심원단은 ‘삼성이 애플의 일부 특허를 고의적으로 침해했다’고 결정했다. 애플은 이를 근거로 “삼성전자가 10억 달러의 손해배상액 외에 5억3600만 달러의 징벌적 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고 판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고 판사는 삼성전자의 태블릿PC가 아이패드·아이패드2의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평결을 재확인했다. 트레이드 드레스란 코카콜라 병 모양처럼 다른 제품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외형이나 느낌을 말한다. 지난해 배심원들이 삼성의 손을 들어준 데 대해 애플이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고 판사가 이를 기각한 것이다. 이와 함께 “배심원단 구성에 문제가 있으므로 새로운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삼성 변호인단의 요청도 기각했다. 고 판사는 “균등한 시간 제한과 증거 제출이라는 공정한 규칙에 따라 재판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은 고 판사의 최종 판결만 남겨두게 됐다. 이날 판결로 삼성이 물어내야 할 배상액의 상한은 10억 달러로 결정됐지만 어느 수준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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