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구려!관람기]체리필터 "장신구서 낭만적 숨결"

중앙일보

입력

`낭만 고양이`들이 고구려인의 기상을 찾아 나섰다.

지난해 하반기 2집 수록곡 `낭만 고양이`가 빅히트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록밴드 체리필터가 17일 `특별기획전 고구려 !-평양에서 온 무덤벽화와 유물`전을 관람한 것이다.

방송 출연, CM송 제작 등 연이은 스케줄로 하루 네시간 이상 자기 힘들다는 `고양이` 넷은 처음엔 조금 피곤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버티고 있는 `해뚫음무늬 금동 장식품` 등 북한의 국보급 유물에 시선이 닿자 관심이 동하는 모양이었다. 그것은 곧 특유의 활기로 이어졌다.

기타를 맡은 정우진이 "고구려의 수도가 어디였는지 알아?"라고 묻자 보컬 조유진은 "몰라, 난 포기가 빨라. 역사는 구제불능이었어"라고 되받는다. 안내직원이 "고구려 고분벽화 속 고관대작들은 대부분 잘 다듬은 `꽃수염`을 길렀다"고 설명하자 멤버들이 눈길이 일제히 유일하게 턱수염을 기른 드럼 손상혁에 쏠린다. 넷 중 가장 역사 지식이 `해박한` 멤버는 "로커의 생명은 액세서리"라며 바지춤에 쇠사슬 서너줄을 치렁치렁 매고 다니는 정우진이다.

고구려사(史) 연대기표가 나오자 정우진은 "표를 보니까 예전에 배웠던 것들이 새록새록 기억난다. 고구려는 특히 산성이 유명하다. 산성은 내성, 외성으로 나뉘는데…"라며 좌충우돌이다. 듬직한 체구에 걸맞게 `연뚱`이라는 별명이 붙은 베이스 연윤근은 만주까지 주름잡던 고구려 강역도(疆域圖)를 보더니 "저렇게 넓은 땅을 아직까지 가지고 있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빈민(貧民)천지가 되는 거 아닌가…"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넷은 덕흥리 무덤·덕화리 2호 무덤 등 북한에 있는 실물 크기로 재현해 놓은 무덤들을 지나며 조금 진지해졌다. 역시 실물 크기로 만들어놓은 고구려군 기병(騎兵) 개마무사(鎧馬武士) 모형은 특히 꼼꼼히 살폈다. "당시의 말은 말 갑옷과 중무장한 병사 를 포함, 2백㎏이 넘는 무게를 싣고 달렸다"는 설명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시간여 고구려 역사 순례를 마친 넷의 반응은 한결같이 "오길 잘했다"는 것이었다. 조유진은 "화려한 금동장식을 만들 줄 알았던 고구려인은 우리처럼 낭만적이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전시장을 나오는 그들에게 고구려의 기백이 묻어나는 듯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