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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려한 화면, 아쉬운 연기 '와니와 준하'

중앙일보

입력

11월 마지막 주말, 관심을 모았던 두 편의 한국영화가 관객을 기다린다. 먼저 소개할 작품은 주진모, 김희선이 일상의 수수한 연인들로 분한 순정물 '와니와 준하'. 남매간의 사랑, 혼전 동거 등 기성세대에겐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들을 아름다운 애니메이션과 서정적인 화면안에 차분히 담았다.

'꽃섬'은 우리 영화의 '가벼움'을 우려하는 관객들에게 반드시 권하고 싶은 작품. 칸느 단편부문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던 송일곤 감독의 첫 장편으로, 얼마전 열린 부산영화제의 주요시상부문을 휩쓴 화제작이다. 한국영화의 잠재력을 끄집어낸 수작으로 꼽히며 평단의 극찬과 영화제 관객들의 큰 성원을 얻어냈다.

한·일 합작으로 만들어진 '고' 역시 부산영화제를 통해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영화로, 재일교포 3세 청년의 정체성 찾기를 발랄한 사건들 속에 담았다. '키스 오브 드래곤'은 거장 뤽 베송과 이연걸이 호흡을 맞춘 액션물.


'와니와 준하'는 김희선, 주진모 두 청춘스타가 호흡을 맞춘 멜로물. '순정영화'란 부제처럼 첫사랑의 기억에 아파하는 두 연인의 사랑을 차분한 에피소드, 수채화처럼 서정적인 화면에 담아낸 작품이다.

처음과 끝, 실제 촬영한 화면 위에 덧칠하는 방식으로 그려낸 애니메이션은 영화를 봐야할 중요한 동기를 부여할만큼 눈길을 끈다.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을 담은 만화는 극 중 시간의 순서를 뒤바꿔가며 산만하게 전개됐던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소 상투적이지긴 하지만, 간결한 '인연'으로 귀결시킨다.

유려한 화면, 똑똑한 카메라의 움직임에 비해 주연배우들의 설익은 연기가 아쉬움을 남긴다. '무사'에서 눈에 힘을 잔뜩 줬던 주진모, '비천무'의 혹평 이후 숨 죽였던 김희선은 오랜만에 수수한 연인의 일상에 도전했지만, 이들보단 오히려 조연으로 영화의 한 축을 맡은 조성우·최강희의 모습이 훨씬 인상적이다. 23일 개봉.


단편이긴 하지만 최고권위의 칸느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한국감독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간과 감자' '소풍' 등 일련의 소품들로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송일곤 감독이 처음 내놓은 장편이 바로 '꽃섬'이다.

이미 9월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관객상을 수상한 바 있는 '꽃섬'은 얼마전 폐막된 제6회 부산영화제에서도 주요 시상부문을 휩쓸며 최고의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가벼움에 익숙한 관객에겐 다소 지루할 수도 있지만, 평단의 극찬처럼 한국영화의 진정한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수작이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서로에게 의지하며 안식의 장소 '꽃섬'을 향한 여정을 계속하는 세 여인의 이야기를 감독은 '어른들을 위한 우화'라고 설명한다. 24일 개봉.


'고'는 지난해 일본 독자들 사이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교포3세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한국인이란 숙명과 이데올로기에 고뇌하는 과거 교포상이 아닌, 일본인으로서의 삶에 충분히 동화됐지만 '교포'라는 수식어 때문에 때론 불편을 겪는 신세대 젊은이들의 삶을 솔직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한·일 합작영화로 이달 초 개봉한 일본에선 첫 주 50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원작에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으며, 부산영화제에서 공개되 국내관객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어두운 현실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당당하게 '나'를 주장하는 젊음이 싱그럽다. 24일 개봉


'레옹' '제5원소' 등으로 영화계를 풍미했던 뤽 베송은 요 몇 년 사이 감독 보다는 제작자로 B급 오락영화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그런 그가 액션스타 이연걸과 손잡고 야심차게 선보인 대작이 바로 '키스 오브 드래곤'이다.

음침한 파리 뒷골목, 부패한 프랑스 경찰을 상대로 벌이는 이연걸의 무술이 호쾌하지만, '러시 아워' 시리즈 등 성공한 액션물의 아기자기한 잔재미는 찾기 어렵다.

제목 '키스 오브 드래곤'은 한 방의 침으로 적을 즉사시키는 무서운 급소다. 영화를 보다보면 생기는 의문 '왜 이연걸은 진작에 이 기술을 쓰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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