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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암살범을 죽인 「재크·루비」의 근황|전기의자로 가는 길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 13일 「댈러스」지방 법원에서는 「리·하비·오즈월드」(「케네디」대통령 살해법)를 죽인 「잭·루비」의 정신상태를 판정하는 공판이 벌어졌다. 이 공판에 출두한 주인공
「루비」는 말쑥한 모습으로, 그러나 거의 무관심 표정으로 증인들의 증언을 듣고 있었다. 이 자리에 검찰 측 증인들-4명의 형무관과 1명의 형무소전속의사-은 한결같은 「루비」의 수감생활에서 정신이상의 징조는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루비」는 검은 바지에 흰「샤쓰」, 게다가 「넥타이」까지 매고 있었다. 예의 벗어진 머리는 번들번들 빛을 발하고 있었으며 55세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여전히 피둥피둥 살쪄 있었다. 증언이 끝난 다음 그는 조용히 일어나서 증언대에 올라섰다. 『나는 정상이다. 내가 정신이상이라면 당신네들도 또 모든 세상사람이 정신이상이다.』「루비」의 짧으나마 침착한 진술이 끝난 후 『「루비」는 정상이다』는 판결을 내리고 이 판결문을 「텍사스」주법원에 통고했다.
이번 공판은 「텍사스」주법원의 의뢰에 따라 열렸다. 「루비」는 64년 3월 14일 지방법원에서 전기의자에 의한 사형언도를 받았었다. 언도가 내린 직후 「루비」의 변호인단은 즉시 불복, 「텍사스」주법원에 상고했던 것이다.
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사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는데 그 중의 한가지 이유는 「루비」의 정신상태는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리하여 주법원은 이 문제를 다시 「댈러스」법원에 환송, 「루비」의 정신상태를 감정하라고 지시했다.
「루비」는 2년6월 동안 「케네디」대통령이 암살된 것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댈러스」형무소 지하독방에서 살았다. 그의 일상생활은 혼자 「도미노」(서양장기의 일종)놀이를 하든지, 성경을 읽는 게 고작. 이따금 가족이나 변호사들이 면회를 오지만 「루비」는 이들과도 별로 얘기하지 않는다. 어쩌다 얘기가 나오면 그의 얘기는 주로 「오즈월드」를 죽인데 대한 것이다. 『지금도 후회하지를 않는다. 나는 정의감에 불타서 그를 없애버린 것뿐이니까-.』
그러나 그가 「오즈월드」를 죽인 이면에는 어떤 다른 것이 작용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이를 밝혀내기 위해 「거짓말탐지기」등 최신시설이 모조리 동원되었지만 아무런 소득도 없었다. 「하늘만이 진실을 안다」고 말하는 것도 듣는 사람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지만 그 「진실」이란 게 어떤 것이라도 그의 갈 길이 전기의자라는 것만은 틀림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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