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포인트〉11년만의 침묵 깨뜨리고 재기 노리는 전 월남황제 바오·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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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954년「프랑스」는 월남에서 물러나면서 「구엔」왕조의 마지막 황제였던 「바오·다이」를 월남의 통치자로 그대로 남겨두었다. 원래 성격이 유순한데다가 노름·사냥·아가씨를 특히 좋아하는 「바오·다이」는 「플레이보이」기질이 농후하여 일찍부터 헐벗은 제나라보다 「홍콩」·「파리」·「칸느」등지로 곧잘 놀러 다녔다.
「바오·다이」황제 밑에서 수상으로 있던 「고·딘·디엠」은 미국·「가톨릭」교도·월맹 피난민의 지지를 착실히 받아 55년 『「바오·다이」황정이냐 「디엠」공화정이냐』를 판가름 해달라고 국민투표를 실시, 「디엠」은 마침내 압도적 승리를 거두게 됨으로써 「바오·다이」는 「프랑스」로 망명의 길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금주 「뉴스위크」지는 「페리스코프」(잠망경)난에서 「바오·다이」가 『정계에 다시 등장하기 위해 침착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도하여 망각의 인물에 주목을 끌게 했다. 사실 그는 지난 4월 불교도들이 민정이양을 요구함으로써 야기된 정치 위기에 대해 11년간의 침묵을 깨뜨리고 처음으로 관심을 표명했었다. 그는 「실격을 갖춘 자」라면 월맹사람과도 회담을 갖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앞으로 있을 총선에 대해 『국민들의 등에 총부리를 들이댄다면 그 선거는 뻔하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올해 53세인 그는 현재 「프랑스」휴양지 「리비에라」의 일당 20불짜리 「호텔」방에서 무위도식. 「요트」, 비행기2대, 그 외 많은 재산을 몽땅 팔아먹고 그 좋던 몸집까지도 수척해졌다나. 왕년의 「플레이보이」가 정치에 맘을 두기 시작한 것은 확실한데 과연 현군사정권이나 불교도들이 그의 귀국을 허용할 것인지가 문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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