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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낚는 산천어축제 10년 … 100배 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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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7일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화천천. 24만㎡ 정도의 얼음판 위에 11만여 명의 관광객이 몰렸다. 낮 최고기온이 영하 4.8도를 기록한 추위에도 이들은 얼음구멍을 통해 산천어를 낚아 올리거나 얼음썰매를 타는 등 겨울축제를 즐겼다. 가족과 함께 축제장을 찾은 홍유진(35·경기도 부천시 원미동)씨는 “다른 겨울축제보다 다양한 것을 보고 체험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은 5일 개막한 화천 산천어축제의 마지막 날이었다. 축제를 주관하는 (재)나라는 올해 축제 방문객이 140만여 명이라고 비공식 집계했다. 화천군 인구 2만5000명의 56배에 달하는 것이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화천 산천어축제가 이처럼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지역경제를 살렸다. 10년 새 지역총생산(GRDP)은 두 배가 됐다. 그뿐 아니라 한적한 시골 지자체인 화천이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는 계기도 됐다.

 산천어축제가 시작된 것은 2003년. 그 이전에 소규모로 열리고 있던 낭천축제를 전면적으로 개편했다. 청정한 화천의 이미지에 맞게 산천어를 테마로 했다. 첫해 1억1000만원의 예산으로 16일 동안 연 축제에 뜻밖에 22만 명의 관광객이 몰렸다. 그때까지 화천군을 찾는 관광객은 군 면회객을 포함해도 연간 8만여 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 이후 해마다 관광객이 증가했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그에 비례해 늘었다. 지역 낚시점은 축제 기간 500만여원의 수익을 올렸고, 공식 식당의 경우 연간 매출액의 35~40% 정도를 이 기간에 올렸다. 화천사랑상품권과 화천농특산물나눔권으로 축제 기간 화천지역 농특산물 판매액도 10억원 정도에 달했다. 강원발전연구원 조사 결과 지난해 9회 축제는 프로그램 수입만 23억원, 경제적 파급효과는 직·간접으로 2385억원으로 나타났다. 화천군의 지역총생산이 연간 7000억원대란 점을 감안하면 그 비중을 알 수 있다.

 산천어축제의 위력을 실감시켜 준 사례가 있다. 2011년 구제역 여파로 축제가 취소되자 화천군 전체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숙박업소의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고, 때맞춰 출하한 농특산물도 판로가 막혔다. 화천군 방승일(56) 도의원은 “그해 화천군민은 산천어축제의 중요성을 실감했다”며 “산천어축제가 화천의 지역경제는 물론 새로운 겨울문화를 창조했다는 자부심으로 축제를 지켜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화천 산천어축제는 2012년 미국 CNN이 ‘겨울의 7대 불가사의’로 꼽으면서 더 유명해졌다. CNN 인터넷판은 세계적 여행 안내서인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의 자료를 인용해 여행섹션에 산천어축제를 ‘겨울의 7대 불가사의(7wonders of winter)’ 가운데 하나로 소개했다. 실제로 올해 2만5000여 명 이상의 외국인이 이 축제를 찾았다. 산천어축제를 벤치마킹한 유사 축제도 잇따라 생기고 있다. 27일 폐막한 가평 자라섬씽씽축제와 올해 처음 열린 영월 겨울축제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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