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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손 뗀 보리, 더 키웠다 황금보리돼지 개발한 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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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정기호(오른쪽) 영광군수가 보릿짚을 이용한 맥간공예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영광군은 국내 유일의 보리산업특구다. 2010년 1월 특구로 지정된 지 4년째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포기한 보리 농사를 인접 산업 분야에까지 확산하는 역발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정기호 영광군수는 “영광 하면 굴비가 유명하지만 앞으로는 보리를 먹여 키운 황금보리돼지가 또 다른 효자 특산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보리돼지는 어떻게 개발했나.

 “털 빛깔이 하얀 요크셔와 검은색 바크셔를 교배해 얻은 돼지를 붉은빛의 두록저지와 다시 교잡해 육종했다. 털이 황금색이다. 이 돼지에게 보리를 갈아 12~15% 첨가한 사료를 먹인다. 종돈 개량에 3년, 육질을 균일화하기 위해 농가마다 다른 사료를 통일하는 데 1년이 걸렸다. 이런 브랜드 돼지는 전국에서 유일하다. 일반 돼지에 특정 사료를 먹이고 이름을 붙인 다른 브랜드 돼지들과 차원이 다르다.”

 -그 고기를 언제부터 맛볼 수 있나.

 “오는 8월께부터 시판한다. 17농가가 모돈(母豚) 3000여 마리를 포함해 모두 6000여 마리를 기르고 있다. 그 수를 1만5000마리까지 늘리려 한다. 이를 한 해에 세 번씩 총 4만5000마리를 출하할 계획이다. 군내 양돈농가 30가구 모두가 황금보리돼지만 기르게 할 생각이다. 돼지고기의 나쁜 냄새가 적고 구웠을 때 담백한 맛이 난다. 식감이 좋고, 선홍색의 빛깔 또한 먹음직스럽다. 가장 큰 특징은 콜레스테롤 함량이 일반 돼지고기보다 20%가량 적다는 점이다.

 농협의 육가공 자회사인 목우촌이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전량을 맡아 유통하기로 했다. 사료로 쓸 보리도 목우촌이 40㎏당 3만4000원씩에 농민들과 계약해 재배한다. 비싼 보리사료와 일반 옥수수사료의 차액(㎏당 350원) 중 50%를 우리 군이 양돈농가에 보조한다.”

 -보리가 익기 전에 수확해 먹이는 영광청보리한우는 이미 시판 중인데.

 “영광 관내 한우 2만2000여 마리 가운데 축협의 2200마리와 일부 농가의 한우가 청보리사료를 먹고 있다. 불안한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가 아니라 친환경적인 보리사료를 먹인 것이라서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받고 있다. 수도권에서 인기를 끌고, 광주광역시 용봉동과 풍암동에 전문 식당이 있다.

 -그 밖에 어떤 보리 산업이 있나.

 “다양한 가공산업을 활성화하려 한다. 보리 식혜·과자 등을 생산하는 새암푸드먼트에 6억원을 지원하고 4억원을 자부담시켜 엿기름가공공장을 짓고 있다. 가공식품의 원료인 엿기름을 자급하면 경쟁력이 더 강해진다. 대마막걸리 공장에서 개발한 보리소주는 시제품을 생산 중이며, 국세청 신고까지 마쳤다. 곧 출시된다.”

 -맥간공예 보급에도 나섰는데.

 “보릿짚을 이용하는 맥간공예는 향토적이면서도 고급스럽다. 호남권은 아직 불모지다. 지난해 외지 전문가를 초청해 초급강사 양성 교실을 열었다. 올해 중·고급 강사 양성 강좌를 운영해 취미교실 강사와 보리 홍보 전도사를 길러내겠다. 주부 부업에 활용해 소득 증대로 연결할 수도 있다. 액자·그림카드· 타이슬링 같은 맥간공예 관광상품을 개발하겠다.”

◆맥간(麥稈)공예=보릿짚·밀짚 줄기를 이용한다. 한쪽을 갈라서 편 뒤 도안에 맞게 접착해 오려 내거나 잘라 모자이크처럼 조각조각 붙인 다음 그 표면에 투명한 칠을 입힌다. 언뜻 조개껍데기를 붙인 자개공예처럼 보인다. 액자나 보석함·차상(茶床)·가구 등에 곁들일 수 있다. 금빛 색상이 화려하면서도 은은하다. 빛의 각도와 결의 방향에 따라 입체감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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