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육상] 기록 부진속 가능성 발견한 한해

중앙일보

입력

크고 작은 국내외 공식대회가 모두 끝난 올해 한국 육상 최고의 성과는 이봉주(삼성전자)의 보스턴 마라톤 쾌거였다.

시즌이 막 시작된 지난 4월 이봉주는 조국에 51년만의 보스턴마라톤 우승을 선물하며 희망찬 한 해를 알렸었다.

하지만 이같은 경사로 시작된 올해 한국육상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봉주가 중도에 레이스를 포기하며 노메달의 한을 풀지 못했고 기록면에서도 최악의 흉작을 면치 못했다.

체계적인 기록관리가 이뤄진 85년 이래 가장 적은 단 5개의 한국신(최고)기록을 갈아치우는데 만족해야 했던 것. 더욱이 6년만에 새 기록을 만들어낸 남자 포환던지기의 김재일(울산시청)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 기록의 단골 손님들이어서 기록 경신의 종목 편중 현상은 거의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 초 육상연맹이 묵은 기록 청산을 위해 10년이상 신기록을 내지 못한 종목에서 중간 목표만 달성해도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경기력 향상 포상제'를 도입했는데도 수혜자가 단 1명(허인구.남자 3,000m장애물)에 불과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수 있다.

물론 올해도 자신의 한국기록을 단축하며 세계 정상권에 근접해가고 있는 남녀경보의 신일용(삼성전자)과 김미정(울산시청)의 성장은 눈여겨 볼 만하다.

또한 아시아 정상과도 큰 차이가 있지만 여자장대높이뛰기의 최윤희(금성여중)와 여자 멀리뛰기 김수연(충남도청)의 한국신 행진도 큰 수확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올해 한국 육상이 눈에 띄게 기록이 저조한 것은 분명하고 주형결 연맹전무는 그 이유를 세대 교체에서 찾는다.

주 전무는 "국내 육상의 간판 스타들이 차차 전성기를 지나고 있어 기록이 저조했다"고 진단한 뒤 "동시에 뒤를 받치는 선수들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정상에 서는데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10년 넘게 한국 육상의 간판이었던 높이뛰기 이진택이 올시즌 자신의 한국 기록에 턱없이 못미치는 저조한 성적을 내며 배경호(안동시청)에게 자리를 위협받고 있고 창던지기 여왕 이영선(창던지기)의 부진도 슬럼프라고 보기에는 다소 길어보인다.

반면에 연맹의 꿈나무사업을 발판으로 커나가고 있는 어린 선수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내년 부산아시안게임을 겨냥해 구성된 국가대표팀에 여자 중거리의 최강자로 올라선 노유연(간석여중)과 여자 5,000m의 김희연(인천체고) 등 꿈나무 출신 선수 2명이 처음으로 포함됐다.

또한 지난 6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포환던지기에서 한국에 국제 대회 사상 첫메달(3위)을 안겨줬던 꿈나무 1기 출신 이민원(충남체고) 등 19명이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대거 뽑혔다.

남자 마라톤에서도 지영준(20.용인대)이 데뷔 무대인 춘천마라톤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이봉주의 대를 이을 걸출한 신인으로 등장했다.

이들이 당장 내년 아시안게임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둘 가능성은 적지만 멀게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내다보고 한국 육상의 주축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아쉬움속에 시즌을 마친 한국 육상이 세대 교체기의 고비를 넘어 부산아시안게임이 있는 내년에 어떤 성과를 거둘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