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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의혹 풀테니 협조" 野에 손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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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무현(盧武鉉)대통령당선자는 최근 핵심참모와의 '6인 회동'에서 "대북 4천억원 지원의혹은 어떤 식으로든 현 정부가 털고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참여한 5인의 참모는 임채정(林采正)인수위원장, 김한길 기획특보, 이낙연(李洛淵)당선자 대변인, 정순균(鄭順均)인수위대변인, 이병완(李炳浣)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 등이었다. 참석자들도 "검찰조사로 밝혀내든지 덮든지, 현 정권이 모두 책임지고 매듭지어야 한다"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盧당선자가 4천억원 대북지원 등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며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대표에게 회동을 제의한 것은 향후 정국구상과 맞물린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우선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거대야당의 협력을 구하려는 유화 제스처의 성격이 짙다. 새 정부의 원만한 총리 인선과 조각 등을 위해 대통령직인수법 제정 및 인사청문회법 개정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盧당선자의 '급박함'이 이같은 제의를 하게 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盧당선자가 이날 오후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총무와 함께 18일 낮 '3자 회동'을 갖자고 제안한 것은 "대통령당선자 신분이라면 당 대표급과 회동하는 것이 격에 맞다"는 정치권의 통념을 깨뜨린 것이다.

그만큼 국회의 원내 소수파인 盧당선자에겐 새 정부의 원만한 출범이 시급한 과제인 셈이다.

한나라당은 그간 대북 4천억원 지원설, 공적자금 비리의혹, 국정원 도청의혹 등에 대해 국정조사나 특검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해왔다. 현재로선 22일로 예정된 인수위법 국회 통과도 불투명한 상태다. 새 정권 출범 이전에 의혹사건을 털어내는 것은 盧당선자 정부의 정치적 부담도 덜게 된다.

盧당선자의 제안에 대해 한나라당 徐대표는 "못 만날 이유가 없다"며 일단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회동이 성사될지는 좀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박종희(朴鍾熙)대변인은 "사전에 대화를 위한 전제조건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게 전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3대 의혹사건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자는 의견도 만만찮다. 민주당 당권파도 특검.국정조사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사태가 복잡하게 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정민.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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