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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기만 해도 극심한 아픔을 느낀다면…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헬스트레이너 김병진(34)씨는 극심한 만성통증으로 몇 달째 고생하고 있다. 물건이 조금만 스쳐도 찌릿찌릿한 고통을 호소한다. 통증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스트레칭 강의 도중 근력강화 시범을 보이다가 목을 삐끗하면서 생겼다. 뻐근하게 아팠지만 곧 나으려니 생각하고 가볍게 넘겼다.

처음엔 목 뒷쪽만 아프던 통증이 점점 허리 아래로 내려왔다. 급기야는 앉을 수조차 없게 됐다. 요즘엔 왼손 끝까지 내려와 손가락에 물건만 스쳐도 극심한 아픔을 느낀다. 견디다 못해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목과 허리신경이 멀쩡해 통증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모르겠다는 말만 들었다.

여러 병원을 찾은 끝에 그는 복합부위 통증증후군으로 진단받았다. 김씨는 "겉으로 보기에 멀쩡해 꾀병이라는 말까지 들었다"며 "통증을 참으면서 지내려고 했지만 결국 직장을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통증은 인체의 경고등이다. 인체는 찌릿한 아픔을 통해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감지한다. 통증을 인식하면서 상태가 더 나빠지는 것을 막고,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다. 예를 들어 칼에 베이거나 불에 데였을 때 통증을 느끼면서 몸을 보호해 치명적인 손상을 방지하는 식이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아프다'는 이유로 병원을 찾는다. 이런 통증은 당연히 몸이 나으면 없어진다.

그런데 몸이 나았는데도 통증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바로 김씨와 같은 만성통증환자들이다. 이런 만성통증은 일반적인 통증과 전혀 다른 일종의 질병이다. '조금만 참으면 낫겠지' 하고 방치하면 걷잡을 수 없이 온 몸으로 통증이 퍼져나간다.

만성통증이란 상처가 다 나은 뒤에도 통증이 계속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대개 통증이 뇌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신경조직이 비정상적으로 변해 발병한다. 조직 손상이나 자극 정도와 관계없이 찌르는 듯 혹은 전기가 오는 듯한 통증이 지속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3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되면 만성통증으로 분류한다. 만일 통증의 원인이 없어진 뒤에도 통증이 계속되면 만성통증을 의심해야 한다.

대한통증학회에서도 국내 성인의 10%인 약 250만 명은 크고 작은 만성통증에 시달리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이 치료 타이밍이다. 한국은 통증을 단순히 참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이런 경향은 만성통증을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병으로 악화시킨다. 아플 이유가 없는데 아프다면 '그저 참으면 나아지겠지'하고 방치하면 안된다.

신경은 한 번 망가지면 다시 예전과 같은 상태로 회복할 수 없다. 영구적으로 손상된다는 의미다. 초기에 빨리 치료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만성통증 치료는 어떻게 이뤄질까. 우선 통증이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인지 수치화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대개 환자의 주관적인 지각 기준에 따라 1~10단계로 나눠 분류한다. 숫자가 클수록 통증의 강도도 쎄다. 여성이라면 한 번을 겪는 출산때 느끼는 통증은 7단계 정도다. 이후 이에 맞춰 통증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치료한다.

문제는 신경병증성 통증이다. 일반적으로 관리가 쉬운 만성통증과 달리 신경병증성 통증은 살짝만 꼬집거나 스쳐도 비정상적인 고통을 호소한다. 손발이 차갑게 변하거나 힘이 빠져 강직이 오는 경우도 있다.

신경병증성 통증은 말초·중추신경이 손상돼 나타나는 통증이다. 만성통증 중에서도 치료가 까다로운 난치성으로 분류된다. 마약성 진통제를 비롯해 가능한 모든 약물로도 치료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실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나 허리수술 후 통증(PSSS) 환자 절반이 난치성이다.

이런 환자는 비약물적 요법으로 치료한다. 척수신경자극술이나 신경차단치료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유럽 같은 의료 선진국에서 활발이 연구되고 있는 치료법으로, 약물이나 전기자극 물리치료 등 여러 방법으로 치료를 해도 통증이 가라앉이 않을 때 최후의 방법으로 활용한다.

먼저 척수자극술은 통증이 말초신경을 통해 중추신경계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다른 감각의 전달에 의해 줄어든다는 의학적 이론(관문조절론)에 뿌리를 둔다. 예를들어 척수에 미세한 전기자극을 전달하는 자극선을 거치해, 뇌로 올라가는 통증신호를 상쇄시키는 방식이다.

최근엔 환자가 자세를 바꿀 때 달라지는 하중과 강도에 따라 전기자극 강도를 저절해 보다 섬세하게 통증을 조절하는 제품도 나왔다. 바로 '자세감지 척수자극기'다. 이 제품을 활용하면 환자의 자세(눕기·엎드리기·허리 숙이기·일어나기)를 자동으로 감지해 미세하게 이동한 척수의 위치에 최적화된 전기 자극을 가한다.

이 제품은 이식형 신경자극기와 전문의용 프로그래머, 환자용 프로그래머로 구성돼 있따. 척수를 둘러싼 경막에 전극(직경 약 2㎜)을 이식해 미리 설계한 전기자극을 방출한다. 시술 전 대비 통증이 50%이상 줄어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존 제품은 척수의 위치나 자세에 상관없이 도일하게 전기를 자극해 불편을 유발했다.

보험혜택도 있다. 만성통증환자는 전체 비용의 20%를,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된 복합부위통증증후군환자는 10%를 부담하면 된다.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등에서 자세감지 척수자극술이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별 통증 치료효과나 치료기간에 따라 제한을 두고 있어 사전에 전문의와 반드시 상담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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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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