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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지방 빵집 성심당, 서울서도 대박 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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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김영민
경제부문 기자

23일 낮, 대전의 동네 빵집 ‘성심당’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이 빵집의 주문 배달 서비스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날 성심당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온종일 트래픽 과부하로 접속조차 쉽지 않았다. 사실 성심당의 빵 배달 서비스는 6년 전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최근 서울시내 한 유명 백화점에 팝업스토어 형태로 연 76.03㎡(약 23평) 매장을 연 이후로 새삼 화제가 된 것이다.

 지난 한 주 동안 1만7000여 명이 성심당의 백화점 입점 매장을 찾았고 매출 1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기자도 30분을 줄 선 뒤에야 빵을 샀다. 성심당은 1956년 대전역 앞 허름한 찐빵집에서 시작했다. 문을 연 지는 57년이 되지만 지방의 ‘골목 빵집’ 태생인 셈이다. 그런 성심당이 요즘 하루에 판매하는 튀김소보로빵만 1만 개, 부추빵은 3000개다. 성심당의 성공요인은 스스로 새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이른바 ‘독점적 경쟁시장’ 전략에 있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프랜차이즈든 동네 빵집이든 수많은 빵집이 있다. 그런데 빵집들이 파는 빵 맛은 별반 차이가 없다. 서비스도 엇비슷하다. 이런 시장의 특성상 주도적인 가격 결정은 불가능에 가깝다. 당연히 이윤도 박할 수밖에 없다. 못 견디는 빵집은 1~2년도 못 가 가게 문을 닫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성심당은 처음부터 이런 틀을 깼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다른 빵집과는 달리 소보로빵을 튀긴 튀김소보로빵을 만들어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다. 찹쌀떡도 남들과는 다르게 앙금으로 달지 않은 대추·견과류를 넣었다. 이러한 차별화 과정을 통해 성심당은 가격도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좀 더 많은 이윤을 남기는 ‘독점적 경쟁기업’이 됐다. 가게 규모와 입지에 상관없이, 설령 판박이 같은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한다 해도 뭔가 나만의 경쟁력을 갖추려는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성심당 또한 이미 골목상권의 공룡으로 커 버렸고 훨씬 영세한 동네 빵집에 똑같은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살아남으려면 남들과 하나라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과 소비자는 뭔가 작은 변화라도 꾀하려는 쪽에 먼저 손을 내민다.

김영민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