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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명예의 전당 (26) - 레지 잭슨 (9)

중앙일보

입력

경기 초반에 기선을 제압한 것은 홈팀이었다. 마이크 토레스를 선발로 내세운 레드삭스는 2회에 선취점을 올린 뒤, 6회에 1점을 추가했다. 그러나 7회에 양키스의 유격수 버키 덴트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3점 홈런을 날려 일거에 경기를 역전시켰고. 잭슨은 8회에 1점 홈런을 날렸다. 결국 양키스는 5 대 4로 승리하여, 다시 지구 챔피언이 되었다.

양키스는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다시 로열스와 격돌하였고, 잭슨은 4경기를 통해 6개의 안타와 2홈런, 6타점을 뽑는 맹활약을 펼쳤다. 결국 양키스는 전년도에 이어 또다시 월드 시리즈 진출권을 따냈다. 내셔널 리그에서는 다저스가 다시 왕좌에 올라, 양키스와 재대결을 펼치게 되었다.

월드 시리즈에서도 잭슨의 '불붙은' 방망이는 식을 줄 몰랐다. 그는 시리즈에서 2개의 홈런을 포함하여 9안타를 날렸고, 8타점을 올렸다. 양키스는 첫 두 경기를 내주었으나, 3차전부터 4연승을 거두어 또다시 야구계의 정상에 섰다. 그는 여전히 '10월의 사나이'였다.

그러나 1979년, 상황이 달라졌다. 감독 레먼은 전년도 시즌 종료 직후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여 1979 시즌 중에까지도 정신적 공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팀은 부진의 늪에 빠졌다. 결국 스타인브레너는 서둘러 빌리 마틴에게 다시 지휘봉을 맡기기에 이르렀다.

사실 마틴의 복귀는 예견되고 있던 일이었다. 그리고 잭슨은 또다시 마틴과 감정적으로 대립하게 되었다. 이는 잭슨에게나 팀에게나 결코 바람직하지 않았다.

8월 초, 또다시 팀에 커다란 악재가 등장했다. 잭슨에 대한 적대감을 버린 서먼 먼슨은 잭슨에게 자신의 세스나 경비행기를 타고 함께 자기 집에 다녀가자고 말했으나, 잭슨은 자신의 스케줄 때문에 이를 사양하였다. 그리고 먼슨이 비행기를 몰고 간 뒤, 팀에 그의 사고사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팀의 분위기에 완전히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었다. 결국 양키스는 지구 4위로 시즌을 마감하였다.

1980시즌을 앞두고, 마틴은 다시 물러났고 딕 하우저 코치가 지휘봉을 잡았다. 그리고 잭슨은 41홈런으로 리그 홈런왕이 되었으며, 팀 역시 전년도의 부진을 씻어내고 다시 동부 지구를 제패하였다. 그러나 양키스는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로열스에게 패하여 아쉽게 시즌을 마감하였다.

양키스는 1981년에도 강팀의 면모를 유지했으나, 잭슨은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이 해에는 파업으로 인하여 각 지구의 전·후기 우승팀이 디비전 시리즈에서 대결하여 지구 챔피언을 가리게 되었는데, 양키스는 동부 지구 전반기 우승팀 자격으로 밀워키 브루어스와 맞붙어 어렵게 승리를 따낸 뒤 서부 지구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누르고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이 되었다.

그러나 월드 시리즈에서는 다시 만난 다저스에게 우승을 양보해야 했다. 잭슨은 디비전 시리즈에서 포스트 시즌 통산 41번째 타점을 기록하여 미키 맨틀을 제치고 이 부문 통산 1위에 올랐으나, 그의 1981시즌은 전반적으로는 분명 '악몽'에 가까웠다.

이 해로 잭슨의 계약기간은 끝났다. 그리고 그는 뉴욕을 떠날 마음의 준비를 이미 마친 상태였다. 그는 자신의 뉴욕 생활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나는 항상 야유의 대상이었다. 내가 홈런왕에 오르든 말든 마찬가지였다. 내가 야유 대신 환영을 받기에 가장 적합한 곳은 은행이었다."

스타인브레너는 잭슨이 전성기가 지났다고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붙잡으려 하지 않았다. 잭슨은 캘리포니아 에인절스와 새 계약을 맺었다.

잭슨은 1982시즌 개막 후 첫 양키 스타디움 원정에서, 양키스의 에이스 론 기드리의 슬라이더를 홈런으로 연결하여 뉴욕 팬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그리고 그는 이 해에 39개의 홈런을 날려, 브루어스의 고먼 토머스와 함께 이 부문 수위에 오르며 '한물 간 선수'라는 평가를 무색하게 했다. 에인절스는 이 해에 팀 역사상 두 번째로 서부 지구 수위에 올랐으나,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브루어스에 패했다.

이후 그는 다소 노쇠 기미를 보였으나, 1983년부터 3년 동안 평균 140타점을 기록하며 계속 팀의 중심 타자로 활약하였다. 그리고 1984년에는 로열스의 버드 스미스를 제물로 하여 500홈런 클럽 멤버가 되었고, 이후 통산 홈런 순위에서 어니 뱅크스와 에디 매슈스, 테드 윌리엄스와 윌리 매커비, 그리고 미키 맨틀을 차례로 한 계단씩 끌어내렸다.

1986년 에인절스는 다시 지구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나,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레드삭스에게 아쉽게 역전패하였다. 그리고 이 시리즈가 잭슨의 화려한 포스트 시즌 경력의 마지막이었다.

잭슨은 애슬레틱스로 복귀하여 1987시즌을 보낸 뒤, 563홈런이라는 대기록을 남기고 은퇴하였다. 그리고 1993년, BBWAA는 새로 명예의 전당 헌액 자격을 얻은 그를 쿠퍼스타운으로 인도하였다.

그는 선수로 활약하면서 실로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그 중에는 끊임없는 트러블도, 천문학적 액수의 연봉도, 뉴욕 팬들의 야유도, 10월의 영광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선수 생활을 회상하면서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그것은 하나의 꿈이었다."

레지널드 마르티네스 잭슨(Reginald Martinez "Reggie" Jackson)

- 일명 "Mr. October"
- 포지션 : 외야수
- 좌투좌타
- 1946년 5월 18일 펜실베이니아 주 윙코트에서 출생
- 활동 기간(메이저 리그) : 1967~1987년
- 1973년 아메리칸 리그 MVP
- 1973·1977년 월드 시리즈 MVP
- 통산 출루율 : .358
- 통산 장타율 : .490
- 통산 타율 : .262
- 통산 안타 : 2584
- 통산 홈런 : 563
- 통산 타점 : 1702
- 명예의 전당 헌액 : 1993년(BBW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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