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도네시아 라마단기간 전당포 호황

중앙일보

입력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 인도네시아에서 성월(聖月) 라마단을 맞아 고가품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고율의 이자를 받는 전당포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라마단기간과 금식 종료 후 시작되는 최대 명절 르바란 축제 때 무슬림 가정들의 가계지출이 급증하는데 반해 평소 극히 저조한 저축성향 때문에 보유 현금이 거의 없어 전당포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수도 자카르타 서쪽에 위치한 보고르 지역 전당포연합회의 알리민 디키 회장은18일 "라마단을 앞두고 1주일전부터 손님들이 급격히 늘어 업소당 하루 평균 200여명씩 몰려들고 있다"고 밝혔다.

전당포 대출 이자율이 월평균 30%에 달할 정도로 고금리임에도 불구, 급전이 필요한 도시 거주자들이 평소 애지중지하던 재산목록 1호급 물건들을 전당포에 맡기고돈을 빌려가고 있는 것이다.

저당품의 종류는 결혼 예물로 받은 금목걸이와 보석반지, 손목시계에서부터 TV세트, 냉장고, 세탁기 등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자동차를 맡기는 경우도간혹 있다.

알리민 회장이 운영하는 전당포의 경우 귀금속 제품이 전체 저당물건의 60-70%를 차지하고 전자제품이 25-30%에 달하며 오토바이와 자동차도 각각 20대와 8대를보관하고 있다.

일부 전당포는 고객들이 크게 늘면서 물품 보관창고가 각종 저당물로 가득차자가게 정문앞에 "당분간 전자제품은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문구를 내걸고 있다. 대목을 맞아 부피가 작고 관리가 편한 고가 귀중품만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알리민 회장은 과거 전례에 비춰 시골 출신 도시 거주자들의 귀성이 본격화되는라마단 둘째 주와 르바란 명절 때 전당포 대출 규모가 연중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객지로 나온 자식들이 명절을 보내기 위해 귀향할 때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전달할 각종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관례인데 반해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도시 실업자가 늘어나고 물가가 급등하면서 전체인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하층민들의 생활수준이 악화돼 올해 전당포 고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당포 대출이 급증한데는 라마단과 르바란기간 소비율이 가장 높은 각종 축산물 가격 급등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재래시장에서 도매상들의 매점매석으로 인해 1주일전에㎏당 1만1천루피아(1400원)하던 닭고기값이 18일 현재 1만4천500루피아로 오른 것을 비롯해 쇠고기, 염소고기, 계란도 7-25%까지 상승했다.

과거 60, 70년대 설과 추석 명절을 앞두고 제수용품 가격이 급등하고 도시 서민들이 전당포로 몰려가 현금을 빌려 귀성비를 마련하던 한국의 생활상이 비행거리로7시간 떨어진 인도네시아에서 재연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