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엔저 악재를 만난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 경고등이 켜졌다.
세계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맞상대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정보기술(IT)·화학 업종의 수익률이 크게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투자증권이 100엔당 원화 가치가 1031원일 때 국내 주요 20개 업종의 민감도를 분석한 결과 17개 업종의 이익 폭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표>
원자재값 하락이라는 수혜를 입는 전력·가스와 운송, 통신서비스 등 단 3개 업종만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달러당 원화 가치를 1000원으로 가정했을 때 20개 업종 중 15개의 이익 폭이 줄어드는 것과 비교된다. 우리투자증권 곽상호 연구원은 “엔화 가치 절하의 폭과 속도가 과거보다 상당히 큰 편”이라며 “국내 산업계는 달러 약세보다 ‘엔저 공습’에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와 철강·조선·기계 등 세계시장에서 일본 업체와 경쟁하는 국내 수출 기업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자동차 업종의 경우 주당 순이익이 17%가량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자동차·기계 관련주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3~10%가량 낮춰 잡고 있다. 울산발전연구원 이경우 부연구위원은 “지난 10년간 원·엔화 환율과 현대차 수출 대수의 연관관계를 분석했더니 엔화 가치가 1% 떨어지면 현대차 수출은 0.96%(약 1만 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말까지 100엔당 원화 가치가 1031원까지 올라가면 현대차 수출이 14만 대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부품·협력업체들은 엔저 쇼크가 ‘이중 부담’으로 번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가뜩이나 수출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운데 대기업들이 납품단가 인하 압박을 해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형업체인 S금속의 김모 대표는 “환율 효과는 대기업→1·2차 협력업체에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라며 “(정부의 대·중소기업 상생 정책으로)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대기업들이 은밀하게 단가 인하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가격경쟁력으로 버텼던 부품·소재 업체는 환율을 방어할 수 없는 현지 생산기지가 없는 한 당해낼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