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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인 건강진단(13)|한일자 기형 20만 꿈꾸는 청주|홀쪽이 만든 북청주 계획| 늦기 전에 서부개발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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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청주시는 남북이 길고 동서가 좁다. 남북의 길이는 2∼3「킬로」, 거기에 비해 동서는 5백 「미터」내외. 우리 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한일자식 도시다.
청주가 이처럼 기형이 된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었다. 시의 동남편을 무심천이 싸고 흐르고, 동편은 산으로 둘려 싸여 숨통이 뚫린 것은 북쪽뿐. 방치해 둔 시세는 물이 낮은데로 흐르는 것처럼 손쉬운 북쪽으로 질서없이 뻗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북진」마저 시가의 북단을 가로 질러나간 철로에 막혀 사실상 청주는 사방이 장벽으로 막혀 버린 셈. 생각다 못한 시 당국은 우선 철로를 옮기고 역을 새로 짓기로 했다. 여러 곳이 물망에 올랐으나 낙착된 곳은 현역사의 북쪽, 연초공장앞. 이 새 역을 중심으로 새 청주를 꾸미고 구 역일대가 명실공히 대청주의 중앙이 된다고 해서 시청사도 이곳에다 지었다.
그러나 북청주계획은『지세상 불가피하다』는 시당국의 고충이야 어떻든 결국 시가의 한일자화를 조장하는 결과가 되어 결코 현명한 계획이 못된다는 중평. 새 청주는 31만평, 남북이 2∼3「킬로」나 되어 이로써 사실상 청주는 남북이 4「킬로」
이상, 키만 크고 말라빠진「홀쭉이」기 되고만 것이다. 지금도 청주시민들을 역에 가는 것보다 조치원까지 가서 기차를 타기 좋아한다.
청주서 조치원까지 자동차로 30분거리, 시가지 남쪽에서 역까지 가는 시간에 조치원에서 경부본선을 탈 수 있다는 경제적 인 계산이다. 이제 다시 역사를 그 북쪽으로 옮긴다는 것은 결국 철도승객을 스스로 자동차에 넘겨주는 결과가 되었다. 이미 이러한 현상은 해마다 줄어드는 철도 고객의 수로도 나타나고 있다. 한해 철도이용자가 2백만이던 것이 10년 후인 오늘에는 그 절반인 1백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역사가 예정대로 옮겨가면 철도승객은 더욱 줄어들 것이 뻔한 노릇.
북청주계획이야말로 올안보다 이웃이 가깝게 된 기능무시의 도시계획이 아닐 수 없다. 『「북진」보다 무심천 건너 서쪽의 벌판부터 밀 손을 썼어야 했을 것』이라는 한 도시문제 연구가의 말.
64년 여름 청주는 두차례의 물난리를 겪었다.『도청마당에 물이 무릎가지 찰 정도로』전시가지가 물바다가 된 것이다. 이때의 피해액은 6천만원, 인명사상만도 18명이나 되었다. 무심천 하상과 비슷한 시가지의 물이 하천수위보다 높아 빠져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철도당국은 새 역사부지를 90「센티」나 높였다. 그러나 이만한 높이는 64년 홍수때의 무심천수위보다 10「센티」가 낮다는 시당국의 계산. 그렇다고 무턱대고 역사만 높이질 수도 없다. 새 철도인수부분의 제방높이는 시가지보다 3∼4「미터」나 높다.
이만한 높이의 철길 위를 열차가 달린다면 그 인근 3∼4백「미터」일대는 그야말로 시끄럽고 집안이 샅샅이 들여다 보이는 인기없는 곳이 되고 말 것이기에. 인구12만, 그 중 학생이 35%나 되는 완전소비도시 청주도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공업단지다. 순환도로다, 강변공원이다, 토지이용계획이다 하는 화려한「브리핑·차트」는 있다. 20년뒤의 인구 20만을 목표로―.
그러나 이 화려한 계획은 언제 실현될 지 알 수가 없다. 청주의 연간 자체 수입은 3천 7백만원, 행정비에 쓰고 나면 한푼 안 남는다.「하수구 하나 고치는 데도 남의 돈을 얻어써야 하는 가난한 시정」이 해내기엔 너무나 벅찬 일들 뿐.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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