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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사’ 정부수립 65년 만에 펴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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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태진 위원장(左), 김희곤 교수(右)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총정리하는 대규모 편찬사업이 시작된다.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이태진)가 펴낼 『대한민국사』(가제·전 10권)다. 1946년 ‘국사관’이란 이름으로 출범한 국사편찬위원회가 우리 현대사를 본격 조명하는 역사서를 기획한 것은 처음이다. 이르면 연내 1차분이 선보일 예정이다. 48년 정부 수립 이래 65년 만에 ‘대한민국 정사(正史)’가 나오게 됐다. 기획 총괄을 맡은 이태진 위원장은 “이른바 국사편찬위원회가 대한민국 현대사를 펴낸 것은 지금까지 1권에 그쳤다. 그것도 77년 나온 것이라 이미 잊혀진 상태다. 한국사 편찬을 대표하는 기구로서 체면이 안 섰다”고 했다.

 ◆현대사의 빈자리=국사편찬위원회는 59년 『조선왕조실록』(전 59권), 69년 『한국독립운동사』(전 5권)를 펴냈다. 73년 시작해 2003년 완료한 『한국사』(전 52권)는 5000년 우리 역사를 총괄한 성과로 꼽힌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임시정부자료집』 『자료대한민국사』 『북한관계사료집』도 냈지만, 20세기를 돌아본 ‘국사편찬위원회판 대한민국사’는 아직 없었다.

 그런 빈자리를 성향이 각기 다른 연구자들의 책들이 메워왔다. 『해방전후사의 인식』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근대를 다시 읽는다』 등이 대표적이다. 79년 1권이 나온 『해방전후사의 인식』은 80년대를 풍미한 책으로 당시 유행한 민중·민족주의 사관을 반영했다. 이를 비판하며 탈민족주의 관점에서 2006년 나온 게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다. 이념대립이 약해진 한국의 90년대를 조명한 『탈냉전사의 인식』도 지난해 말 나왔다.

 ◆왜 지금인가=지난 18대 대통령선거는 일종의 ‘현대사 전쟁’이기도 했다. 70년대 인혁당 사건과 민주화운동, 고(故) 장준하 선생의 사망 원인이 쟁점이 되기도 했다. 세계사에 유례없이 짧은 기간에 경제발전을 이룬 대한민국의 역사에는 그만큼 그늘도 적지 않았다. 우리 현대사는 갈등의 연속이었다. 45년 해방과 함께 시작된 분단, 곧 이어진 6·25전쟁의 원인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둘러싼 이념대립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일례로 대한민국 단독 정부 수립은 계속 논란의 대상이었다. 대한민국 건국을 지휘한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지금도 엇갈린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산업화 성취에 대해선 이제 많은 이가 인정하는 편이지만 그간 이를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60∼70년대 민주화운동에 대한 평가, 북한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서술 등도 우리 현대사의 핵심 쟁점이다.

 ◆이념적 편향성 극복=『대한민국사』는 대한민국의 발전 과정에 동반된 혼란과 상처를 포괄할 예정이다. 그간의 갈등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학문적 성과와 여유가 축적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위원장은 “경제개발과 민주화 양쪽의 공과를 모두 따질 것이다. 이념적으로 한쪽에 편중된 글을 쓰지 않은 전문가 위주로 필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 고 말했다.

 『대한민국사』 편찬위원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연구해 온 김희곤 안동대 교수가 맡았다. 편찬위원은 도진순(창원대)·정병준(이화여대)·홍석률(성신여대) 교수 등이다. 한국정치사·한국경제사 등을 전공한 사회과학자들도 동참한다. 시기는 크게 ‘대한민국임시정부기’ ‘해방전후기’ ‘50년대’ ‘60∼70년대’ ‘80년대 이후’ 등으로 구성된다.

 이 위원장은 “대한민국이라는 국호가 대한제국을 계승했음을 분명히 하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부터 서술해 나가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사』(가제·전 10권) 발간 어떻게

◆ 기획 총괄 이태진 국사편찬 위원장 - 서울대 명예교수, 학술원 회원. 조선시대·대한제국사 전공

◆ 편찬위원장 김희곤 안동대 교수 -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 역임.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운동 전공

◆ 편찬위원

도진순 창원대 교수 - 이승만·김구 전공
정병준 이화여대 교수 - 이승만·여운형 전공
홍석률 성신여대 교수 - 1950~60년대 한국사 전공

◆ 집필진 한국사 전공자 중심. 사회과학 분야에서 한국정치사·한국경제사 전공자와 합동작업

◆ 편찬 방향 경제개발과 민주화운동 양쪽의 역사를 고루 재조명, 이념적 편향 극복. 각계 전문가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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