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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결산법인 873개사 3분기 실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기업들의 수익구조가 크게 나빠졌다.

세계경제 침체와 반도체값 폭락이란 더블 펀치를 맞았기 때문이다.

특히 올 상반기에 9조2천억원이었던 상장기업들의 순이익은 3분기들어 1조8천억원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상장사들의 성적표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LG경제연구소의 오문석 연구위원은 "국내기업의 경우 상반기에 환율이 올라간 데다 내수 부양정책이 나오는 바람에 실적악화가 미국이나 다른 아시아 기업보다 뒤늦게 나타나고 있다"며 "3분기 이후 실적악화가 두드러져 내년 상반기까지 V자형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실적은 속빈 강정,재무구조는 좋아져=15일 증권거래소가 발표한 '12월 결산 상장사 실적'에 따르면 조사 대상 4백42개 상장사들은 1~9월(3분기 누적)에 3백79조1천4백99억원의 매출액을 올리면서 영업이익 26조3천5백84억원, 순이익 11조42억원을 기록했다.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5% 늘어났으나 영업이익은 13.72% 감소했다.

특히 유가증권 평가손과 환차손 탓에 경상이익의 감소폭은 28.97% 에 달했다.

이에 따라 상장사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6.95%로,1천원어치 물건을 팔아 69원을 남긴 셈이다.

제조업체의 경우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6.56%에 그쳐 지난해 동기(8.84%)보다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

다만 금융업종을 제외한 상장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1백24.64%로 조사돼 지난해 3분기(1백33.10%)보다 8.45%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은 나빠졌지만 재무구조는 다소 개선된 것이다.

12월결산 코스닥 등록기업 4백31개사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30조5천4백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 늘어났다.그러나 순이익은 1조3백78억원으로 27% 감소했다.

특히 벤처기업들의 매출은 5%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이 87%나 감소했고, 순이익은 6백8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 반도체 사상 최악=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뒷걸음질쳤다.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5.27% 줄었고 영업이익은 81.2%나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반도체 영업이익 적자와 하이닉스반도체의 대규모 적자로 업종 전체적으로 1조3천3백1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상장사의 매출은 전년동기 1.93% 늘고,순이익은 4.62% 감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 호황 누린 금융.내수업종=대우증권 이승주 연구위원은 "카드사업 호황과 예대 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커져 은행들의 수익이 굉장히 좋아졌다"고 말했다.

신세계.태평양 등 간판 내수기업들도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늘어났다.대미(對美) 자동차 수출이 늘면서 현대차.현대모비스.기아차가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렸고 통신서비스 업체들은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의약분업으로 값 비싼 의약품을 많이 처방한 탓에 제약사들의 수익도 크게 늘어났다.

코스닥에서도 벤처업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반면 일반기업의 매출액은 17%, 영업이익은 1백24%나 늘어났다. 이는 KTF와 LG텔레콤.국민카드.기업은행 등 덩치 큰 4개사가 선전했기 때문이다.

◇ 심각한 벤처불황=매출은 지난해와 엇비슷한 규모를 유지했지만, 대다수가 물건을 팔아야 손해를 보는 적자경영에 허덕였다.

1백89개 벤처기업의 60%를 넘는 1백17개가 적자였다. 빚을 내 적자를 막다보니 부채비율도 47%에서 56%로 높아졌다.

다만 옥션.인터파크.다음 등 대표적 인터넷 기업들의 매출이 배 이상 늘어났고 어린이 장난감 업체인 영실업이 디지몽의 성공으로 순이익이 4천% 이상 증가했다.

◇ 그룹별 명암=현대자동차그룹 매출액이 24.8% 늘어나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금호.SK.롯데.한진.한화도 매출이 늘어났다. 반면 현대그룹(-17.7%).삼성(-9.8%).포철(-5.4%).LG(-2.8%)그룹은 매출액이 줄었다.

이철호.김광기 기자 news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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