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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 떨친 우리 태권도|맥못추는 일의 당수|상·하원 의원도 한몫끼어, 사범엔 정석종 5단도|이준구씨 도장거쳐간 훈련생 3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두이로 돌아!』(뒤로 돌아),『쉬-작』(시작),『쉬-오!』(쉬어). 영어인지 한국어인지 쉽게 분간할 수 없는 우렁찬 구령이 널찍한 도장에 메아리친다.
이것은「워싱턴」에 자리잡고 있는 이준구(JHOON RHEE)태권도장의 풍경이다. 이곳에 기자가 찾아갔을 때 초단의 실력을 가진 한 미국인의 한국어 구령에 따라 약 40명의 남녀훈련생들이 땀을 흘리며 맹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 훈련생들 틈에 흑인여자도 보였는데 흰 이를 지그시 물고 연습에 열중해 있는 모습은 퍽 인상적이었다. 취미로 하는 것인지 외부로부터의 불의의 습격에 즉시 반격할 수 있는 호신술을 익히려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남자들에게 한치로 지지 않으려는 그녀의 혼이 가상하다.
충남 아산태생이며 당년 35세라는 이준구씨가 경영하는 이 도장의 4면벽과 기둥에는「신념통일」「?호」「인평」「인격수양」「통일정신하난성」등 한자로 된 좌우명이 한국의 얼을 빛내고 있었다. 이시는 이밖에도 「워싱턴 DC」주변에 세 개의 도장을 소유하고 있으며 지방에도 지부격의 수많은 도장을 경영함으로써 한국태권을 미국에 뿌리깊게 심는데 온갖 정열을 다 쏟고 있다. 이곳에서 이씨의 손을 거쳐간 훈련생의 수는 자그마치 약 3천명, 이중 여자만도 백여명이나 된다고 하며 현재 등록되어 있는 여자훈련생이 30명이라고 한다.
특히 현재의 훈련생가운데는 저명한 미국상하원 의원들이 끼어있어 이 도장의 권위를 더한층 높여주고 있다. 일본의「가라데」(당수)도「워싱턴」지구에서는 맥을 못 춘다는 사실이 이씨에게는 큰 자랑거리. 그러나 그가 오늘에 이르기까지에는 피눈물나는 역경이 그를 가로막았다고 했다. 고국에서 아무런 재정적 뒷받침없이 이같이 굳건한 기반을 이룰 수 있었음은 어떠한 역경도 이겨낼 만한 의지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동안 미국의 유력자들로부터 받은 감사장도 여섯-. 이제「워싱턴」사회에서 태권도하면 누구나 이준구씨의 이름을 들추게끔 되었다. 지난 5월 7일「워싱턴」에서 전미선거권대회가 열렸을 때는 참가한 선수만 5백94명, 김대사를 비롯한 5천여명의 관중이 대회장을 메운 가운데 애국가가 연주되어 가슴이 뻐개지는듯한 감격을 느꼈다고 이씨는 감개어린 표정으로 그 때를 회상한다.
그는 아직 미혼. 57년 11월에 도미하여 현재 영주권을 갖고 있으나 결혼은 꼭 한국여성과 하는 것이 소원이라고-.현재 이씨밑에서 정석종(5단)씨가 사범으로 조력하고 있으며 대한체육회와도 종종 연락이 있다고 한다. 오는 9월초순 잠깐 귀국할 예정임을 밝혔다.
「워싱턴」이상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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