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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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내년선거에는 현 대통령이「압도적」으로 이기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워싱턴·포스트」지에 실려서 화제가 되고있다.
근 1년이나 훗날 얘기를 벌써부터 점친다는 것이 좀 성급한 느낌이 없지않다. 그러나 요즘 나라안에서 시세가 돌아가는 품을 보면「워싱턴·포스트」는 단지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서운 속도위반과 과열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생각해야 옳을것 같다.
그러나 어차피 치러야할 선거이고 기왕에 말이 나왔으니 미리 다짐해둘 일이 있다. 그것은 내년에 가서 누가 이기든지간에 이기려면「압도적」으로 이겨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군소리가 없어지고 또 소신도 산다. 그 대신 선거 자체가 시종「압도적」으로 공명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득표수로 보면 압도적 승리가 분명한데, 선거운동에서부터 계표에 이르는 과정에 명백하고 압도적인 부정이 개재했다는 것이 드러나서 패국망신한 예를 찾아서 남의 나라를 들먹일 필요가 없다.
선거란 일종의「게임」이다. 그리고 선거라는「게임」에 있어서는 처음부터 여쪽의 이점이 압도적으로 크다. 우선「룰」을 정하고 고치고 하는데 있어서 여의 입장이 압도적으로 세고, 또 여는 자기가 원하는「그라운드」에서, 자기가 원하는, 또는 상대방에게 가장 불리한 시기에 시합을 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 정치자금문제는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선거법과 선거시기를 자기편 에 유리하게 요리할 수 있는 여의 압도적 이점은 선진민주국가에서도 이미 상식화하여 있다.
누가 이기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싸우느냐가 문제라고 하면, 축구나 야구가 그렇지, 정치에는 그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우리 3·15와 「고·딘·디엠」정권의 말로를 되새겨볼 일이다. 그 다음 여의 이점이 그토록 압도적이기에 여는 양에 압도적인 공명을 베풀어 주어야 한다. 압도적 공명의 뒷받침이 없는 압도적 승리는 압도적 패배와 통할 수 있는 것이 민주선거제도의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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