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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체질에 밴 「관전민비」-「친여」라야 제자리 부지하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혁명정부에서 제3공화국으로 넘어가는 길목이었던 1963년7윌 군사정부의 공보부는 「전국국민여논조사」란걸 실시했다.
주로 그때까지 정부의 시정에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물은 이조사의 32개 질문가운데 『요즈음 공무원은 국민에게친절한 편입니까, 아니면 불친절한 편입니까?』하는 항목이 있다.
민주국가인 대한민국의공무원이 국민을위한 봉사자라는 사실은 굳이헌법을 들춰 볼 것까지도 없이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국민을위한 봉사자인 공무원이 국민에게 친절하여야함은 당연한 일이거늘, 정부와 전국 29만5천여명 공무원의 대변기관인 공보부가새삼스럽게 공무원의 대국민친절여부를 물어보는것은 정부자체도 공무원의 불친절을 눈 감을수없을정도로 공복이 주권자에게 불손해졌다는 사실을 말해주는것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이러한 공무원의 본분을 망각한 관료성은 최근의 현상만이아닌 역사적인 현상이라는것이 대부분 학자들의 견해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관료조직과 그연영의 현상은수천년동안 가산관료제의밑에서 살아오던 민족이우연한 기회에 서양의근대적 합리적인 관료제도를 도입하여 그것을 모방해 보려하고 있으나 오랜타성으로 말미암아 그것이 뜻대로 되지않고있는 상태』란 것이다. (황산덕씨의의견)
형식에 있어서는 근대서양에 생겨난 합리적인관료제가 그대로 모방되어 있지만 그실질에있어선 옛날부터 동양에서 전해내려온 가산관료제적인의식이 그조직전체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어있다는 것이다. 비유해서 머리는 여전히 구식인데 모자만 신식이라는뜻이다.
상관에게는 무조건 아부하고 아랫 사람에게는권력을 미끼로 포악한짓을 자행하며 획일적이며 형식적이고 법규만능적이며 필밀정책적인 것, 이모든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관료제를 특징짓는현상들이다. 여기에서 관존민비의 사상도 생겨나며 직무내외를불문한 신분상의 차별태도, 또 관직의 사유관이 생겨나는것이다.
몇해전 K군에 내무부장관이 초도순시를갔다. 이때 그곳 도지사, 여당의 도당지부장, 그리고치안국장이 장관과갈이 갔다. 군청 「브리핑」에서이들의 자리를 어떻게 배옅했는가 하는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치안국장의자리가 어떻케된 셈인지후열에 놓여 있었다.
자존심에 상처를받은치안국장은 상경하자 곧그곳 치안의 책임자인 경찰서장읕 본부대기발령시긴 것이다.
관내실정에 어둡고 「브리핑」에 서투르다는 이유로….
우리나라 관료의 비합리성은 비단 역사적인측면에서뿐만아니라 제도적인 면에서도 볼수있다.
현행공무원법을 보면 일반직3급이상국가공무원의임명권은 대통령에 있고 4급이하도 행정각부장관과 중앙·지방행정의장에게 있다고 되어있다.
따라서 현행대로는 공개시험을 통한 등용의 문이있다고는하나 친정부내지친여당적인 사람에게 유리한 것이며 지방공무원의 인사권을 중앙이 장악하고 있다.
현 실정으론 지방은 중앙의 출장소에 지나지않는격이 되고 마는 것이다.
또상위감독자의 인사이동이 있을때마다 그여파가 하급자에게 미치는 폐습이있다.
이러한조건아래선 공무원들을 비합리적인 관료제도에 얽매이게하는 결과밖에 되지않는것이다.
『우리나라가 관료주의화한 원인은행정부권력의비대화에서 찾아볼수 있다』는것이다. (신상초씨의견)
입법부가 행정부의 한낱 예속기관으로 정해있고 또사법의 독립이 그토대부터 유린당하고있는상황아래선 행정부의 권한은 절대화의경향을 띠게되며 여기에 관료주의가 싹이트고 성장할 좋은 온상을 발견하게되는것이다.
이러한 여건아래선 주권자인 국민이 주권의식을찾아 권력수임자인 관리를 철저히 감시하는한편 정부의권한을 최소한으로 축소하고 또이를되도록 분산시키는 길만이우리나라의 관료주의를약화시키고 근절시키는 길이 아닐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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