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돌발상황 대비 수도권 방어 새 작전 수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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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은 북한 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등에 대비해 수도권 방어능력을 크게 강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군사작전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북한의 남침에 대비한 한.미 연합작전계획의 부속문서 형태로 마련 중인 이 계획은 '한반도에 우발적인 긴급상황이 일어났을 때 현재의 한.미 연합전력으로는 수도권의 방어능력이 충분치 않다'는 전제 아래 만들어지는 '우발계획'(Contingency Plan)으로 전해졌다.

우발계획에는 북한이 휴전선 인근에 집중 배치하고 있는 수천문의 장사정포와 야포로부터 서울을 보호하기 위해 다연장포(MLRS)와 하피(HARPY) 공대지 미사일, 대포병 레이더시스템(AN/TPQ-36,37) 등의 첨단 장비를 한.미 연합군이 충분히 갖추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남신(李南信) 합참의장과 리언 러포트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달 20일 한.미 군사위원회를 열고 오는 7월 말까지 우발계획을 수립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6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계획을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논의했다"고 답해 우발계획을 마련하고 있음을 시인한 바 있다.

미측은 우발계획 수립을 요구하면서 북한군의 장사정포와 야포 등에 대한 방어책이 충분치 않다는 점 외에도 미군의 전력구조 개편에 따른 작전계획 변경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작전계획에 따르면 한반도에 전면전이 발생했을 때 60여만명의 미 지상군을 2~3일부터 2개월 내에 한반도에 파견토록 돼 있으나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의 군사력 재편이 마무리되면 그 같은 대규모 파병이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미측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우리 정부는 '우발적인 상황'이 북한의 남침보다는 북한의 핵개발 저지를 위한 미군의 선제공격을 상정한 상황일 것으로 판단해 당초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미측이 미군 구조 개편에 따른 작전계획 수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 우발계획 수립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석.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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