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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폭력과 싸우는 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1>명년 봄의 선거를 앞두고 가장 걱정되는 것은 정치자금과 잇권에 관련된 부패와 투표공작에 열중된 폭력의 위세가 사회를 더 어지럽히지 않을 것이냐 하는 점이다.
그러면 지금 왜 이런 것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가 하면 종래의 여러 차례 선거에서 원한에 사무치고 이가 갈리는 일을 너무도 많이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폭력의 정권이라고 할 수 있었던 자유당정부는 마침내 국민의 항거 앞에 전복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러한 폭력의 음모가 어디서 발단되었던가 하면 모두가 정치의 부패에서 오는 자기방위의 발악적 징상이었던 것이다. 이런 것을 정치적「테러」라고 했다. 위협수단에서 시작하여 조직적 직접행동으로 넘어가는 그 배후에는 소위 정치적 음모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폭력 수단은 사회를 무법천지로 만들고 공포분위기를 일으켜 국민의 양심을 위축시키고 위압할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폭력의 발동은 민주주의에 대한 최대의 적이요, 국가에 대한 최악의 반역적 파괴행동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부패의 제거와 아울러 폭력을 극력 경계하여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정치성을 띤 폭력은 벌써부터 발동되고 있는지 오래다. 언론 기관에 대한 폭력이 징치「테러」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 할 것이니 그 정체는 무엇이냐? 폭력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그 정체를 아직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없다.

<2>
정치의 부패와 이에 따르는 정치적 「테러」의 죄업은 역사에서 씻어 낼 수 없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 부패나 폭력은 언제나 법을 무시하고 있다. 법을 무서워하지 않고 태연히 법을 범할 수 있다고 할 때는 권력을 끼고, 권력을 주물러 대고, 권력을 호주머니의 칼처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전제가 거기에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패나 폭력, 또는 그 음모는 정치권력을 중심으로 하고 중상·모략을 일삼으며 그 기풍은 부패와 폭력음모의 장본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국민의 기풍 전반에 물들게 하여 법과 질서를 저마다 유린하는 사태를 빚어내고 있다.
대학생도, 중·고등학교학생들도 걸핏하면 칼질을 하는 버릇은 누가 가르쳐 놓은 것이냐, 제 친구를 뭇매를 쳐서 죽여 버리는 버릇은 누가 가르쳤던가. 이런 것이 모두 정치의 부패에서 오는 폭력의 발악 때문이었던 것이다. 자유당정권의 죄업을 따진다면 이사회에 부패뿐 아닌 폭력의 씨를 무제한하고 이 땅에 뿌려 놓은 것이 가장 큰 죄업이라고 할 것이다.
적어도 정치적 「테러」라고 하면「테러」수단이 아니면 택할 수단이 달리 있을 수 없는 경우가 따로 있기도 했던 것이다. 거기에 뚜렷한 애국적 명분이 있었다. 즉 일본의 포악한 지배 밑에 해방과 자유를 울부짖는 민족의 원한을 대신하여 적은 자신을 깨끗이 희생할 각오를 가지고 커다란 적, 일본의 침략세력을 부숴 보자는 그런 것이 「테러」라는 명분에 해당되는 것이니, 상해에서 일인들 군대의 가장 큰 축하장소에 폭탄을 던진 윤봉길 의사라든가, 「하르빈」역두의 안중근 의사 등등이 그 떳떳하고 장한「테러」의 모습인 것이다.
다수를 배경으로 또 권력이나 돈과 인연을 가지고 폭력을 일삼고자 함은 가장 비겁하고 졸렬한 것이 될 것이다.

<3>
우리는 폭력이 횡행하는 암흑 속에서 입을 다물고 살수는 없다. 부패를 제거하고 폭력을 소탕하기 위해서는 정치에 혁신이 무엇보다도 긴급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도 필요한 것은 우리들 국민의 양심의 횃불을 높이 밝혀야 할 것이고, 그를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언론기관이 기울어지기 쉬운 대중의 양심을 붙들어 일으키면서 용감히 부정부패와 싸워 나가야 할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국민의 기본권리로서 언론의 자유, 의사표시의 자유, 비판의 자유를 어떤 누구에게도 침해될 수 없음을 국민들이 널리 이해하고 이를 자신들의 생활 속에 지니게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언론자유는 여러 가지 각도로 장해되기 쉬운 것을 본다. 말할 수 있다는 자유란 것은 동시에 들을 수 있고 읽을 수 있는 자유-즉 알 수 있는 자유가 따르지 않으면 아니 된다. 최근 듣기에는 지방에 따라서는 신문·잡지에도 여당계·야당계의 분별이 심하고 그를 구독하던가 또 판매하는데도 상당한 압력이 미치고 있는 곳도 있다고 들린다.
이런 것들은 모두가 몽매한 사람들의 부질없는 짓들이요, 결국은 그 자신들을 해치는 것 밖에 아니 될 것이다. 그러나 「압력」이란 것이 직접적인 「위협」이나 「폭력」이상의 놀라운 효과를 거두는 경우가 많을 것을 결코 소홀히 볼 수 없다. 그런 점에서는 「폭력」이란 것은 「폭력」에 다름없는 부패의 악성징 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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