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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소 모자라 굼뜬 몸 … 과일·채소가 약이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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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소로 목욕을 즐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노폐물제거·혈액순환 등에 도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수정 기자] 장소협찬=엔자임하우스

지난해 가장 약진(躍進)한 건강식품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효소’ 제품이다. 예전엔 홍삼·오메가3·비타민C 정도만 챙기던 건강식품 마니아들도 이제는 효소를 찾는다. 효소는 꼭 먹어야 한다며 ‘효소 예찬론’을 펴는 사람도 있다. 효소 관련 서적 또한 몇 년 새 300여 종이 출간될 정도로 관심이 높다. 효소의 기능과 건강학을 조명해 봤다.

몸 움직이는 건 효소 덕 … 나이 들면 체내 분비 줄어

아밀라아제·리파아제·펩신…. 고등학교 생물시간에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효소 이름이다. 하지만 우리 몸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수 만 여개의 효소가 존재한다. 순천향대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욱 교수는 “우리 몸이 움직이는 것 자체가 끊임없는 효소의 작용 덕분”이라고 말했다.

몸이 움직이려면 세포의 화학적 반응이 필요하다. 예컨대 손으로 물건을 집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뇌에서 먼저 효소가 분비돼야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 신호가 손까지 전달된다. 근육도 해당 세포에서 효소가 분비돼야 움직인다. 유 교수는 “우리 몸의 모든 세포는 효소에 의해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며 성장과 사멸을 반복한다”고 말했다. 효소를 ‘생명의 불꽃(spark of life)’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근래 들어 효소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는 인스턴트 음식 섭취 때문이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는 “효소는 채소나 과일에 많은데 현대인의 밥상 90% 이상이 대부분 화식(불로 익힌 음식), 또는 가공과정이 많이 들어간 인스턴트 음식이다. 효소를 섭취할 기회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효소 분비량도 줄어든다. 노령층은 젊은층에 비해 소화효소가 절반 이상 적다. 유 교수는 “효소 분비는 어렸을 때 가장 많고, 40~50대를 기점으로 많이 감소한다”며 “체내 효소가 줄면 아무리 좋은 걸 먹어도 흡수가 잘 안 되고, 비타민이나 영양제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효소 부족하면 소화 안 되고 노폐물 많이 생겨

효소의 주요기능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소화작용이다. 침의 아밀라아제는 음식을 소화하기 쉽게 부수고, 위장의 프로테아제·리파아제 등은 영양분이 실제 세포막으로 흡수될 수 있도록 변환한다. 유병욱 교수는 “소화효소가 부족하면 소화가 잘 안돼 영양흡수가 더디고 체중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잘 모르는 효소의 기능도 있다. 심장을 움직이는 것도 효소의 역할이다. 심장 세포막에서 효소가 분비되면 전기자극이 시작돼 수축과 반복 운동을 한다. 혈액에 포함된 앤지오텐신 가수분해효소(앤지오텐시나아제)는 혈압을 낮추고, 앤지오텐신 전환효소는 혈압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 이들 효소 분비에 밸런스가 깨지면 혈압조절에 문제가 생긴다. 혈액 속 플라스민이라는 효소는 혈전용해작용을 한다.

암 예방 역할도 한다. 우리 몸의 DNA는 자외선·방사선 등 각종 발암물질에 의해 상처를 입는다. 이때 DNA손상수복효소(글리코실라아제 등)가 작용해 원래 세포로 돌아가게 한다. DNA손상수복효소 기능이 약한 동물일수록 수명이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치유력도 높인다. 백혈구는 바이러스와 같이 외부에서 침입한 적이나 초기 암세포를 잡아죽이는 역할을 한다. 잡아온 바이러스를 실제로 분해하는 역할은 백혈구 안의 효소 담당이다. 뇌에도 효소가 있다. 뇌의 신경세포에서 근육세포로 신호를 전달하는 아세틸콜린을 만들 때, 근육을 이완시키는 아세틸콜린에스터라아제를 만드는 것도 효소의 역할이다.

먹고 마시고 바르고 … 효소제품 인기

몸속 기능을 극대화시키려면 효소를 인위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채소와 과일에는 효소가 풍부하다. 단, 효소는 30도 이상에서는 활성을 잃기 때문에 익히지 말고 먹어야 한다. 특히 세포분열이 일어나는 싹이 난 채소나 어린 잎이나 순 등에 효소가 많다. 과일은 파인애플·배·사과·망고에 효소가 풍부하다.

최근에는 효소 제품도 많이 나왔다. 수십~수백 종의 서로 다른 효소를 가진 곡류와 채소류를 혼합해 발효한 뒤 분말 가루로 만든다. 파비스·효소원 등이 대표적이다. 마시는 제형도 있다. 산야초효소가 대표적이다. 안심원 강산농원 김형기 과장은 “산에서 나는 수십 종의 각종 약용식물을 채취해 발효시킨다. 효소의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 제품당 5~6년의 숙성과정을 거친다. 간식처럼 음용하거나 식후 마시면 소화력 증진·면역증진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바르는 제품도 나왔다. 역시 식물이나 곡물을 발효해 만든다. 효소는 피부 침투력이 높다. 오래된 세포를 새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예전 일본에서 술 만드는 공장 여성들이 유독 손만 늙지 않았는데, 발효된 쌀을 버무리는 과정에서 효소가 작용한 덕분이다. 이에 착안해 만든 발효 화장품도 인기다.

효소온욕(溫浴)도 있다. 쌀겨·약초 등의 매질에 기능성미생물을 배합하면 발효과정에서 수십 종의 효소가 생성된다. 이때 발효열과 원적외선 에너지도 생성돼 몸속 깊은 곳의 세포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체내 중금속, 발암물질 등의 노폐물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 아토피와 건선 등 피부질환에도 좋다.

하지만 효소 제품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 중앙대 식품공학과 하상도 교수는 “효소가 몸에 좋긴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이나 약처럼 뚜렷한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좋은 효과를 보기도 하지만 효소제품도 식품이므로 꾸준히 먹어 건강에 도움된다는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효소 제품을 고를 때는 몇 가지 종류의 효소를 포함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여러가지 곡물과 식물을 섞을수록 다양한 효소가 포함된다. 소화효소 외에 항산화작용·면역작용 등을 하는 효소가 포함돼 있는지 확인해본다. 효소 역가도 확인한다. 효소활성도를 나타내는 수치인데, 제품을 파는 업체에 문의하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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