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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후견인 장쩌민 입김 지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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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자신의 후견인 역할을 해온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중화권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국의 중문 매체 보쉰(博訊)은 홍콩 언론들을 인용해 시 총서기가 퇴임을 앞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연계해 장쩌민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19일 분석했다.

 왕양(汪洋) 전 광둥성 서기와 리위안차오(李源潮) 당 중앙정치국원의 부상이 근거로 꼽힌다. 이들은 후 주석이 좌장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파로 분류된다. 둘 다 18대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진입이 좌절됐다. 시 총서기는 이들을 부총리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부위원장으로 중용해 장쩌민파를 견제하려 한다고 홍콩 잡지 쟁명(爭鳴)은 분석했다. 시진핑이 총서기 취임 후 가장 먼저 방문해 치하한 지방도 왕양이 당서기로 있던 광둥성이었다.

 지난해 11월 새 상무위원 7명이 선임될 때만 해도 장쩌민파가 상무위를 장악한 형국이었다. 하지만 시 총서기와 리커창(李克强) 총리 내정자, 왕치산(王岐山) 기율검사위 서기가 사실상 정국을 주도하고 있고 장쩌민 계열인 장더장(張德江)·위정성(正聲)·류윈산(劉雲山)·장가오리(張高麗) 상무위원은 보조 역할에 그치고 있다. 왕양과 리위안차오까지 중앙 정계에 가세한다면 장쩌민의 영향력은 더욱 약화될 전망이다.

 후 주석도 지난해 11월 18차 당대회 때 중앙군사위 주석직까지 시진핑에게 물려줘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장쩌민에게 ‘당신도 나처럼 영향력을 행사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간접 전달했다. 관영 신화통신이 전국정치협상회의 신년 하례식에서 후 주석과 시 총서기가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게재한 점도 둘의 밀월을 암시한다는 분석이다.

 시 총서기가 지난해 12월 업무 기풍 개선을 위한 8개 조치를 밝히며 당 중앙의 통제 없이 출판기념회 참석이나 서적에 제호·서문을 다는 행위를 금지한 것도 장쩌민 견제책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많다. 장쩌민은 책에 서문을 써주고 매체들이 이를 보도하는 식으로 건재를 과시해 왔다. 자신이 다리 이름을 써준 ‘난징창장(南京長江) 4교’ 개통식 등 지난해 12월 22~25일 네 차례나 등장했다.

 장쩌민의 라이벌이자 숙청된 두 전임 총서기 후야오방(胡耀邦·1915~89)과 자오쯔양(趙紫陽·1919~2005)의 복권설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17일 자오쯔양의 8주기를 맞아 그가 가택연금됐던 베이징 옛 집에선 추모식이 열렸다. 인권운동가 후자(胡佳)를 포함해 기자들과 일반인 등 100여 명이 참석했지만 당국은 과거와 달리 막지 않았다. 지난 6일엔 저장성 다천다오(大陳島)에서 후야오방의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공청단 초대 제1서기였던 후야오방은 후배인 후진타오가 정치적 스승으로 불렀던 인물이다. 자오쯔양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중앙판공청 주임(비서실장 격)으로 재직할 때 모신 각별한 인연이 있다. 시진핑도 부친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가 두 전 총서기와 개혁적 노선을 같이해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장쩌민의 영향력이 미치는 동안은 복권이 철저하게 막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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