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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당선자 "미국의 피 잊지 않아"

중앙일보

입력

"We are good friends, 우리는 좋은 친구입니다. "

15일 용산 한미연합군 사령부를 방문한 노무현(盧武鉉)대통령당선자가 방명록에 남긴 글이다. 현직 대통령이 아닌 당선자로서는 첫 방문이다.

미국이 盧당선자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을 씻고, 국내 반미 움직임으로 인한 미국 내 반감이 확산되는 상황을 가라앉히겠다는 상징성이 담긴 행사였다.

이날 발언에서도 盧당선자의 뚜렷한 의지가 읽혀졌다.

그는 "한.미 동맹 관계의 근간은 주한미군"이라며 "주한미군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필요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盧당선자는 "보다 발전적이고 합리적인 한.미 관계를 바라는 국민의 요구와 시위를 반미 감정으로 해석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많은 국민이 6.25 때 미국 젊은이들이 평화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린 데 대해 잊지 않고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미를 주장하는 일부 사람이 있지만 이와 같은 국민 정서를 토대로 노력하면 큰 문제 없이 해결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盧당선자는 이날 '반세기 동안의 혈맹(血盟)관계'라거나 '미국 역사에 대해 부럽고 존경하는 마음이 있다'는 표현으로 미국이나 주한미군에 대한 친밀감을 표시했다.

지난해 말 미군 장교가 시민에게 폭행당한 이후 내려진 외출금지령에 대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세심하게 배려했다.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해선 "긴밀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화와 외교적 노력으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굳건한 한.미 동맹 관계가 그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언 J 러포트 한미연합사령관은 "당선을 축하하며 盧당선자의 방문은 내게 영광스러운 기회"라며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 보장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러포트 사령관은 한.미 양군 두명이 전투하는 모습을 담은 조각상 '한.미 동맹상'을 "새 집무실 좋은 곳에 보관해 달라"며 盧당선자에게 전달했다.

盧당선자가 저서인 '노무현이 만난 링컨'을 선물하자 러포트 사령관은 "당선자와 링컨 대통령이 유사점이 많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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