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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FA시장 춥다추워"

중앙일보

입력

폭풍 전야인가, 아니면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간 것인가.

자유계약선수(Free Agent.FA) 시장이 잠잠하다. FA자격 연한이 9년으로 단축됨으로써 어느 때보다 많은 선수들이 나와 FA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리란 예상과는 전혀 다르다.

17명의 자격 선수 중 양준혁(LG)·김민재(롯데)·김원형(SK)·전준호(현대.사진 위로부터) 등 4명만이 FA를 신청해 역대 최소 신청률을 보였다. 그나마 이들에 대해서도 예년과 달리 사전 접촉이나 물밑거래를 하는 구단이 별로 없는 실정이다. 13일부터 소속 구단과 협상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각 구단은 'FA 거품론'을 내세우며 압박하고 있다.

◇ 우선 큰 손이 없다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야 자연히 몸값이 오르는 법이다. 그러나 올해는 나서는 구단이 없다.

삼성 김재하 단장은 "좋은 선수면 무조건 끌어들이는 식의 '싹쓸이'를 이제는 하지 않는다. 스타 플레이어보다는 무명이라도 팀 전력의 공백을 채워줄 수 있는 선수들에 관심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긴축 재정 기조가 LG나 SK 등 비교적 '부자'구단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SK구단 관계자는 "FA선수들의 몸값이 너무 부풀려져 있다는 인식이 대세다. 10억원 이상이면 최고 기량의 외국인 선수를 끌어들일 수 있다. 구태여 한물 지난 국내 선수에 누가 눈독을 들이겠는가"라고 전했다.

◇ 효용성도 작다

그동안 FA로 큰 돈을 챙긴 선수들이 전혀 몸값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 부메랑이 돼 후배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1999년 김동수(삼성)와 이강철(당시 삼성, 현 기아), 지난해 김기태.김상진(이상 삼성), 홍현우(LG) 등은 8억원에서 18억원까지 거금을 받았다. 그러나 아무도 주전으로 뛰지 못해 '먹튀'(돈만 많이 받고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는 선수)로 전락했다.

구단을 옮길 때 '연봉의 네배를 전 구단에 지불한다'는 보상액도 걸림돌이다.

올해 2억7천만원을 받은 양준혁을 끌어들이려면 우선 LG에 10억8천만원을 이적료로 납부해야 한다.자유계약선수라고 하기엔 배보다 배꼽이 더 크고 문턱도 너무 높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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