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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울수록 더 채울 수 있는 달항아리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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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호 23면

1 VASO_spring, summer, fall, winter

매끈하진 않지만 친근한 모양이다. 둥글고 고아한 빛을 띤 모습이 우리 이웃 같다. 둥근 달을 연상케 해 ‘달 항아리’란 별칭을 갖고 있는 조선 백자는 어떻게 와인 레이블이 된 걸까.

김혁의 레이블로 마시는 와인 <8> 바소(VASO)

레이블의 주인공은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에서 한국인 최초로 와이너리를 오픈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다나 에스테이츠(Dana Estates)’의 막내 와인 바소(VASO). 1883년 처음 설립된 와이너리를 2005년 ㈜동아원 이희상 회장이 인수해 ‘다나’로 이름 짓고 최고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곳이다. 다나 로티스 빈야드 2007, 2010 빈티지는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을 얻어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2010은 미국 와인들 중 유일하게 100점을 얻었다.

바소는 이탈리아 말로 ‘항아리’를 뜻하며 2006년이 첫 빈티지다. 바소란 이름을 짓고 항아리 이미지를 여러모로 찾던 중 도자기에 관심이 많던 이 회장은 우리나라 도자기를 떠올렸다. 심사숙고 끝에 찾은 것이 구본창 사진작가의 17세기 조선시대 달항아리 작품. 구 작가는 교토 고려미술관에 소장돼 있었던 달항아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보름달 같은 둥그런 모습에서 느낄 수 있는 충만감과 기대감이 있다. 푸근한 느낌을 받아 살아있는 인간미와 존재감을 확신할 수 있고, 비어 있지만 비우면 비울수록 더욱 가득 채울 수 있다는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 또 달항아리는 일본과 중국의 자기처럼 완벽하게 둥그런 모습이 아니고 면도 매끈하지 않게 도공의 손길이 자연스럽게 남아 있어 원시적인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점이 더욱 매력적이다.”

2 VASO origin_label 3 VASO_main

바소 와인이 비록 캘리포니아에서 만들어지지만 우리나라 소비자들을 위한 와인임을 감안할 때 서로 정서가 잘 맞아떨어졌다. 독특한 사진 작업으로 우리나라에 사진 예술에 큰 획을 그은 구 작가의 작품이 바소 와인의 격을 한 단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 회장의 생각은 적중했다. 바소 와인은 G20과 핵 안보 정상회의의 중요 자리에서 빛나는 역할을 했으며, 한국인의 긍지를 심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좀 더 세계적인 트렌드에 맞춰 변화를 주고 싶었다. 구 작가는 팝 아트의 선두주자 앤디 워홀의 실크 스크린 작품처럼 다양한 색을 넣는 작업을 시작했다. 다섯 가지 현대적 감각의 스페셜 에디션 컬러 레이블이 탄생한 배경이다. 피어나는 봄, 생명력이 넘치는 여름, 풍요로운 가을, 아름다운 겨울의 사계 이미지와 이 모두를 아우르는 메인 컬러 작품을 내놓았다. 물론 구 작가의 오리지널 작품은 함께 유지하기로 했다. 새 레이블은 2010년 빈티지부터 적용돼 출시됐다.

바소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 100%로 18개월 동안 프랑스 오크통에 숙성해 만든다. 필립 멜카라는 프랑스인 유명 와인 메이커가 총괄한 덕분에 미국식 나파 와인의 진한 과일적 특징에 프랑스적인 섬세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가미됐다. 그 때문에 여러 양념을 사용하는 우리나라 음식과 폭넓은 하모니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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