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기에…갑자기 4대강입찰 담합 감사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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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인 ‘4대 강 살리기 사업’ 공사 입찰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저지른 담합 비리에 대한 본격 감사에 나섰다.

 감사원은 17일 국토해양부·공정거래위원회·조달청 등을 대상으로 4대 강 사업 입찰 담합 등 계약 부조리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예비조사를 시작해 현재 21건의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 사업과 51건의 최저가 입찰 사업을 감사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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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원은 이미 조달청의 전산위탁업체 직원 3명이 건설업체와 짜고 14번에 걸쳐 전자입찰내역서를 바꿔치기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 중 4건은 최종 낙찰로 이어졌고 이들 건설사에 돌아간 총 사업비는 3000여억원이나 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4대 강 입찰 담합 사실을 확인한 만큼 건설사와 공무원, 입찰 평가위원 간에 유착·비리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시설물에 집중해 감사했다면 이제는 사업의 투명성 부문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감사 시기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강 사업 입찰 담합을 확인해 제재한다고 발표한 시기는 지난해 6월이다. 검찰이 담합 혐의가 있는 건설사를 대상으로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공정위가 발표하고 검찰이 이미 수사에 들어간 건설사 담합 비리건을 두고 새 대통령 선출을 전후해 뒤늦게 감사에 착수한 것에 대해 ‘늑장 감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감사원은 ‘4대 강 사업 주요 시설물 품질 및 수질 관리 실태’ 감사 결과도 확정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5월 4대 강 보, 준설(강 아래 퇴적물을 파내는 일), 수질 개선 사업 등을 대상으로 감사에 들어가 같은 해 9월 마무리했다.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16개 보 가운데 공주보 등 15개 보에서 바닥이 파이는 세굴(洗掘) 현상이 발생했고 세굴 현상을 막는 바닥 보호공이 물살에 휩쓸려 없어졌다. 보수 공사를 했지만 이마저 부실해 7개 보의 안전성에 문제가 나타났다. 13개 보에선 균열이 발견됐고 수중 콘크리트가 깨져 철근이 노출돼 있는 사례도 있었다. 6개 보의 경우 수리 공사를 했는데도 계속 물이 샜다. 또 보 때문에 강에 조류가 증식해 수질이 나빠질 수 있는데도 담당 부처와 기관이 제대로 된 수질 개선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국토해양부와 환경부에 “보 바닥 세굴과 시설물 균열 등 시급하게 조치할 필요가 있는 사항은 즉시 시정하라”며 ‘주의’ 통보를 했다. 계약을 부당하게 맺었거나 준공 검사를 소홀히 하는 등 개인 비리를 저지른 12명을 징계하라고 이들 부처에 요구했다.

 4대 강 시설물과 수질 관리에 대한 감사 발표 시기도 문제가 됐다. 감사원이 실지 감사를 마무리한 시기는 지난해 9월이다. 감사를 끝내고도 5개월이 지난 뒤 이명박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한 달 전에 감사 결과를 확정 발표한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로부터 4대 강 감사를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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