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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마케팅] 누가누가 더 잘하나…비교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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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두개로 나눠진 화면 속에 1백m 육상경기를 준비하는 두 선수의 모습이 보인다. 이어 선수들이 역동적인 동작으로 결승점을 향해 달려온다. 양분된 화면의 한쪽 선수는 다른 쪽 선수와의 격차를 크게 벌리며 결승점에 골인한다.

잠시 후 두 선수의 경기를 모니터를 통해 보고 있던 두 학생 중 KT 메가패스 VDSL을 사용하는 학생은 여유있는 모습으로 아직도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는 학생을 향해 말한다. "아직도 하나."

KT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인 VDSL광고 '인간탄환'편의 내용이다. VDSL이란 최대 13Mbps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KT는 끊임없이 속도경쟁을 벌이고 있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의 광고를 하면서 VDSL과 기존 서비스간의 속도 차이를 '인간탄환'이 달리는 육상경기 상황을 통해 비교 설명하고 있다.

특히 광고 말미에 학생이 던진 표현인 "아직도 하나"는 경쟁업체인 하나로통신을 빗대 "아직도 하나로통신을 이용하나"라는 내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비교광고가 세련된 형태로 바뀌고 있다. 비교광고는 경쟁 브랜드를 직.간접적으로 거명하며 자사 브랜드와 비교하는 광고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200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사 제품에 유리한 속성만으로 비교광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제를 완화하면서 비교광고 시대가 열렸다.

초기의 비교광고는 자사와 타사의 객관적인 사실만 여과없이 보여주는 직접적인 비교광고가 주류를 이뤘다. 따라서 경쟁사를 광고에 직접 언급하면서 업체간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대우자동차 티코와 현대자동차 아토스 광고, 동양제과와 롯데제과의 자일리톨껌 논쟁, 이동통신사들의 요금논쟁 등의 광고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요즘 비교광고는 소비자에게 자사의 장점을 보여주고 부드럽게 설득하는 세련된 표현기법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파파이스는 얼마 전 가재 속살을 넣어 만든 신제품 '크로휘시 포보이 샌드위치'의 광고를 선보이며 비교광고를 했다. 겨울 바닷가. 파파이스 모델 장나라는 깜찍한 노란 장화를 신고 한손에는 국자를 흔들며 "게 섯거라, 게 섯거라"를 외치며 누군가를 급히 쫓아간다.

이 말에 줄행랑을 치는 것은 다름 아닌 가재. 장나라와 추격전을 벌이던 가재는 장나라를 뒤돌아보며 한마디 한다. "저 게 아닌데요. 가재인데요."

이 광고는 언뜻 보면 일반광고인 것같지만 경쟁사인 롯데리아를 비교광고한 것이다. 지난해 롯데리아가 게살이 들어있는 크랩버거의 광고를 하면서 원로 탤런트인 신구씨를 등장시켜 "니들이 게 맛을 알아"라는 카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파파이스는 이에 착안, 신제품 광고를 통해 '게(롯데리아)'가 아닌 '가재(파파이스)'를 부각시킨 것이다.

한미은행 광고도 경쟁사를 언급하지 않고 자사의 우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목성.토성.천왕성 등이 차례로 클로즈업된 뒤 마지막으로 푸른 지구가 등장한다.

이어 지구가 점점 클로즈업되며 "지구보다 큰 별은 많지만 크기가 가치의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어디에서 사시겠습니까. 여기 지구처럼 알찬 한미은행이 있습니다"라는 자막으로 끝을 맺는다. 이 광고는 은행을 규모가 아닌 수익성으로 평가 해달라는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한미은행 광고 제작을 담당한 제일기획 이정락 CD는 "비교광고의 부정적 효과인 소비자의 거부감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특정 회사를 거론하는 것은 피했다"고 말했다.

하나로통신.온세통신.삼성네트웍스 등 휴대폰 국제전화 서비스업체들도 비교광고를 강화하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경쟁사인 SK텔링크의 00700을 겨냥, 007 첩보원을 출현시켜 00대신 66을 붙인 '00766'이 더 저렴하다고 강조하는 광고를 했다.

삼성네트웍스는'축구선수도, 첩보원도 몰랐다'는 라디오 광고 문구를 통해 은유적으로 비교광고를 하고 있다. SK텔링크의 '차범근.차두리 부자'광고와 하나로통신의 '007 첩보원' 광고를 겨냥해 자사 서비스 요금이 이들보다 저렴하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삼성네트웍스의 정혜림 과장은 "구체적으로 회사명이나 상품명을 거명하며 직접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인식된 경쟁사의 제품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해서 삼성네트웍스 서비스의 장점을 부각시키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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