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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의 발돋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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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동일의 「피아노」 독주회는 이제 정상으로 달리고 있는 그의 숙련도를 확증하는 기회가 되었다. 「스카롤라티」에서는 「하프시코트」의 표현능력을 현대 「피아노」위에 공통점을 마련했고, 「바하」에서는 내면의 체질적 조직보다는 외면적 효과가 강했다. 그러기에 「토카타」에서는 오히려 근대적 색채에의 전구가 느껴졌다.
「바이올린·소나타」로도 유명한 「모짜르트·소나타 K570」은 세련된 감각으로 솔직하고 청징한 맛을 풍겨 「멜러디」의 여유를 충분히 보였으며 「베토벤·소나타 제3번」은 형식화한 악곡을 익숙한 솜씨로 양식화했으나 내용의 정서도 함께 연소시켰으면 했다. 그의 특장인 「쇼팽」에서 더욱 달연이 뚜렷했고 「폴로네이즈」나 「스케르쪼」에서 불란서풍의 세련된 도회적 요소와 파란의 토색 짙은 정취를 작가적 요구대로 부합시킨 것은 미국이라는 풍토에서 성장하면서도 한국의 흙 냄새를 잊지 않는 심상 때문일 것이다.
「리스트」의 「에튜드」는 연주용 연습곡을 「스케일」 큰 남성적 방분으로 우미하고 시적 공상 짙게 다루었으며 특히 「브람스·소나타」 제3번은 품위 높은 자기 감동과 기쁨을 성실히 토로함으로써 이제 대가에의 거점을 마련하는 그의 실력을 보였다. 그러나 우리가 거듭 듣고 싶은 것은 최근 한동일이 「유럽」악단에서 협연한 협주곡이다. 그 중에도 「호르뷔쯔」가 가장 즐겨서 탄주한 「라흐마니노프」 제3협주곡인 바 줄기찬 「에너지」를 요하면서 「다이너믹」한 박력의 구현을 전제로 하는 이 곡은 한동일의 탄주력을 잘 처리되어 질 것이지만 독주회에서 입증된 섬세한 악구 처리는 이 협주곡에서도 원숙한 해석을 보여 「피아니즘」의 「델리커시」와 「리릭」한 표현이 능숙한 경지를 보여줄 것이 확신된다.
「라흐마니노프 제3협주곡」은 이미 한국에서 「밀회」 「라프소디」 「서머타임」으로 널리 소개된 바 있지만 전형적인 「로맨틱·콘체르토」가 한동일의 화려한 기교로 전개될 것이지만 정서적 탄주보다는「러시아」적 「메랑코리」가 바라진다. 「상상 제2협주곡」은 기교파 한동일이 「프랑스」적 「뉘앙스」를 어떻게 함축시킬 것인 지에 기대가 달렸다 하겠다. 유한철<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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