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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경계열 대학4학년 52% “졸업 연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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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울의 명문 사립대 경영학과에 다니는 이승준(27)씨는 ‘대학 5학년생’이다.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가을학기에 졸업해야 했지만 취업이 안 돼 졸업유예를 신청했기 때문. 김씨는 2009년 군복무를 마친 뒤 공인회계사 시험에 도전했지만 낙방했고, 1년 전부터는 일반 대기업 공채로 방향을 틀었으나 아직 합격하지 못했다. 한 차례 더 졸업을 연기해야 할 처지에 몰린 김씨는 “최근 일부 대기업이 졸업유예를 반복한 응시자에게는 불이익을 준다는 소문까지 나돌아 더욱 불안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계속 나빠져만 가는 청년실업 문제로 올해도 김씨처럼 하염없이 졸업을 미루는 대학생이 늘어날 전망이다. 졸업 뒤 실업자로 남느니 차라리 학교에 남아 상황을 살피겠다는 심리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대학교 4학년생 6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4명(42.7%)꼴로 ‘졸업을 연기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전공으로 보면 의외로 상경계열(52.3%)이 가장 많았다. 이어 이·공학 계열(42.4%), 사회과학계열(42.4%), 예·체능계열(37.5%), 인문계열(37%) 순이었다.

 사람인 임민욱 팀장은 “상경계열 대학생들이 몰리는 금융권이나 재무 분야는 자격증 등 스펙이 입사에 필수 요소”라며 “이 때문에 관련 전공 학생들은 자격증을 따기 위해 6개월~1년 정도 졸업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졸업 연기 사유는 ‘아직 취업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67.3%·복수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다음 ‘기업이 졸업예정자를 더 선호하기 때문’(45.5%), ‘자격증 취득 등 취업 스펙을 쌓기 위해’(37.6%), ‘졸업 후 구직 기간이 길어질까 두렵기 때문’(31.2%) 등을 꼽았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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