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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금리 2%대, 수신액 뚝 … 설 땅 잃은 저축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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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자영업을 하는 김중경(45·경기도 성남시 수내동)씨는 지난해 말 만기가 돌아온 저축은행 정기예금을 모두 찾아 시중은행에 맡겼다. 저축은행 금리가 높지 않아 재예치해도 수익이 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예전에는 저축은행의 금리가 연 4~5%였는데 요즘엔 3% 내외에 불과하다”며 “시중은행과 금리 차가 별로 안 나는 상황이라면 안전한 시중은행에 돈을 맡기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때 고금리의 상징이었던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2%대까지 떨어졌다.

 16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 계열인 신한저축은행은 1년 정기예금 금리를 14일 기준 연 3.0%에서 2.9%로 낮췄다. 앞서 예금보험공사의 가교저축은행인 예한별저축은행도 정리예금 금리를 연 3.1%에서 2.9%로 0.2%포인트 내렸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예대 역마진이 계속돼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당분간 예금 금리는 낮게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신한금융은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예한별저축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저축은행 금리는 2011년 5월 처음 4%대로 떨어진 뒤 2년째 하락세다. 16일 현재 전체 저축은행의 평균 금리는 연 3.45%다. 시중은행 금리보다 불과 0.17%포인트 높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조사한 1~2년 미만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3.28%였다.

 고금리 매력이 사라지니 고객 발길도 뚝 끊겼다. 2011년 10월 65조6093억원에 달했던 저축은행의 수신액은 1년 뒤인 2012년 10월엔 45조5494억원으로 20조원 이상 감소했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의 기반이 아예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저축은행은 주요 사업이었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에서 대규모 손실을 본 뒤 마땅히 돈을 굴릴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출할 곳이 없으니 고금리 예금으로 돈을 끌어들일 필요도 사라졌다. 예금과 대출이 동시에 줄어드는 ‘축소 악순환’에 빠진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활로를 찾지 못한 지금으로서는 이러한 추세를 막을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추가 퇴출 가능성도 고객과 업계를 위축시키고 있다. 2011년 8월 금융감독원과 경영개선협약(MOU)을 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부실 PF채권을 매각한 37개 저축은행 중 상당수가 MOU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때 맺은 MOU는 오히려 저축은행이 경영 개선을 차일피일 미루는 수단이 됐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고민에 빠져 있다. 저축은행만의 영역을 찾아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장 (저축은행을 살릴) ‘먹이’를 주고 싶어도 줄 게 없다”며 “마냥 손을 놓고 있진 않겠지만 단기간에 저축은행 상황이 좋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해결책으로 할부금융이나 펀드 판매 허용 등이 거론되지만 기존에 관련 영업을 해오던 캐피털사나 시중은행·증권사의 반발이 심하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저축은행을 서민금융기관으로 되돌리기 위해 정책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이나 독일처럼 서민금융회사에 자금을 지원해주고 이 바탕에서 서민금융회사끼리 경쟁토록 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주주 도덕성과 경영 투명성이 의심받는 현재 상황에선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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