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총기규제 ‘행정명령 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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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집권 1기 마지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알고 보면 나는 꽤 부드러운 남자인데 (야당인) 공화당은 정치적 입장 차이로 나를 비판하며 사회주의자라고 공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신의 지역구에만 신경 쓸 뿐 내 정책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나는 훌륭한 정당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야당과의 불통을 뼈 있는 말로 비판한 셈이다.

 그런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2기를 시작하며 또 하나의 논쟁을 미국 사회에 던졌다. 총기 규제대책이다. 그는 16일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총기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공격용 무기와 대용량 탄창의 사용 금지, 총기 구입자에 대한 신원 확인 강화 등 19개 항목이 담겼다. 특히 이 중에는 의회 입법이 필요 없는 대통령 행정명령 조치까지 포함됐다.

 미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기자회견을 “승부수” 또는 “야당 분리책”이라고 표현했다. 한 달 전 코네티컷주 샌드훅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사건을 계기로 일고 있는 총기 규제여론을 업고 총기 규제 입법에 미온적인 의회를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건 직후 조 바이든 부통령에게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총기 규제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 등 미 의회는 입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의회에 입김이 센 미국총기협회(NRA)의 반대 로비도 거세졌다.

 그러자 오바마는 총기 규제여론 대 야당이라는 정면 대결을 택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총기 규제에 찬성하는 단체 대표와 의원들, 총기로 인한 피해와 학교의 안전을 우려하는 편지를 그동안 백악관에 보내온 어린이와 학부모 등이 참석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지난 4년의 경험에서 미국 사회를 위해 중요한 어젠다의 경우 다수 여론의 지지로 돌파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과 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스티브 스톡먼(공화·텍사스) 하원의원은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해 총기 규제안을 처리하면 무기 소유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2조를 위반한 것인 만큼 필요한 모든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일부에선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했다. NRA도 웹사이트에 홍보 비디오를 올려 “대통령이 자신의 두 딸에겐 비밀 무장경호를 붙이면서 보통의 자녀들은 무방비 상태에 두고 있다”며 “엘리트 위선자”라고 비판했다.

 집권 2기 대통령 취임식(21일)을 불과 닷새 남겨 놓고 오바마 대통령과 야당 사이엔 가파른 대치국면이 형성되고 있다. 이 여론전의 향배에 대해 미 언론들은 사안의 성격상 오바마에게 유리한 싸움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일부에선 “총기 규제가 중요한 이슈이긴 하지만 재정적자 감축 등 경제가 더 시급한 문제”(워싱턴포스트)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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