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와 자동차] 역사드라마 작가 신봉승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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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1980년대 말 인기 TV연속극 '조선왕조 500년'의 작가 신봉승(70.사진)씨는 한국 역사 드라마의 거목이다.

88년 조선왕조 5백년의 역사를 48권의 실록 대하소설로 완간, 왜곡된 우리 역사를 바로잡는 데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젠 원로 작가로 작품활동은 뜸하지만 활동이 왕성하던 80년대에는 헌출한 미남 작가로도 인기를 더 했다.

辛씨는 시와 평론으로 문단에 데뷔한 뒤 61년 시나리오 작가로 변신했다. 국방부에 응모한 첫 작품 '두고 온 산하'가 당선되면서 라디오 작가로 출발했다. 이후 사모곡.인목대비.별당 아씨.임금님의 첫 사랑.옥피리.허부인전.안국동 아씨.교동 마님 등 주옥같은 사극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辛씨의 자동차 생활은 78년 시작한다. 첫 차는 새한자동차의 레코드 로얄. 기사를 고용했지만 호기심에 조금씩 운전연습을 하다가 80년에 면허를 땄다. 당시만 해도 운전면허는 일반인이 따기 상당히 어려운 면허증이었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기계 만지는 손재주가 뛰어나 운전을 쉽게 터득했다. 면허를 딴 뒤 운전이 기분전환에 좋고 작가로서 갖는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그래서 자주 통일로에서 손수 운전하며 시원하게 달렸다.

그러나 시내운전은 다른 운전자들의 난폭운전과 교통혼잡이 싫어 대체로 운전기사에게 핸들을 맡겼다. 그동안 조그만 사고 하나 내지 않은 것은 스스로 조심하고 여유 있는 운전을 했기 때문이다.

주위로부터 점잖은 운전자라는 말을 듣는 그는 과속운전을 싫어한다. 辛씨는 자신이 운전하면서 느낀 일들을 '일상'이라는 시로 써낸 적이 있다. 양보심으로 운전한다면 훌륭한 교통문화를 이룰 수 있다고 시를 통해 강조했다.

차를 여러번 바꿨지만 꼭 한가지 고집하는 것은 바로 '수동식 변속기'. 변속기 넣는 것조차 번거롭게 여긴다면 무슨 재미로 운전을 하느냐고 꼬집는다. 운전의 즐거움이란 변속기를 바꾸는 것인데, 그것은 작가가 탈고를 하고 원고를 총정리하는 즐거움과 같다는 것이다.

전영선 한국자동차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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