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동네] 국제 미술행사, 남의 잔치?

중앙일보

입력

우리 미술의 국제화 논의는 1990년대 중반 광주비엔날레 출범을 전후로 본격화했다.

세계 미술계의 거물급 인사들의 출입이 빈번해지고 다양한 국제전 등을 통해 해외 미술계와의 교류도 잦아지고 있다.

사이버 공간을 통한 정보의 소통 또한 국제화를 촉진한다. 국제 미술과의 접촉기회가 확대되는 것은 국제화의 맥락에서 바람직한 일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기본적인 인프라가 결여된 국내 미술이 지역적 폐쇄성을 탈피하며 세계 미술계에서의 건강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제적 활동들은 외화내빈(外華內貧) 양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개는 일과성 행사이거나 주최자들의 능력 과시 수준에 머물고 만다. 주체적 능력과 안목보다는 해외 의존도가 높고 국내 미술계를 해외 미술 문맥에 접목시키기 위한 전략 또한 미흡한 채 예산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자신의 돈으로 남의 잔칫상을 차려주는 사례도 적지 않다.

광주비엔날레와 같은 대규모의 전시는 말할 것도 없고 소규모의 교류전이나 행사조차 크게 다르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정황들은 대개 국제적 마인드 미흡과 비전문성,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 줄 구조적 시스템 부재가 가장 큰 요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체적인 시각과 국제화의 방법론 결여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서너개의 국제 학술행사나 내년에 개최될 국제 비엔날레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국제 미술계의 단골 논객들이 참가해 큐레이팅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논하기도 하고, 동아시아 미술의 정체성 담론의 가능성을 모색하기도 할 것이다.

이는 우리 미술 전반을 해외에 인식시키는 효율적 방법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주체적 안목과 전략을 가지지 못할 경우, 이들 역시 공허한 말의 성찬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국제적 행사나 교류 프로그램들을 준비함에 있어, 우선적으로 국내 미술계의 역량 집결과 해외미술의 주류적 흐름에 우리 미술을 접목시킬 수 있는 구체적 전략을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결여될 경우 우리 미술은 해외에 비싼 레슨비를 톡톡히 지불하면서도 늘 세계 미술계의 주변부에서 맴돌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찬동 <전시기획자.문예진흥원 문학미술팀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