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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시한 눈밥 있스믄 말키 주소” … 울산 사투리 사전 만들지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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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울산 장터 촌부들의 생생한 사투리 ‘울산방언사전’을 내는 신기상 박사.

“보소~. 아지매요. 안뱁운 꼬치 없는교. 굴카고 꼬시한 눈밥 있스믄 우리 말키 주소.”

 “있는강 모리겠다. 내 얼릉 부저케가 보께요.”

 울산 시골장터 한 식당에서 손님과 주인이 나눈 대화다. ‘아지매’는 아주머니를, ‘안뱁운 꼬치’는 안 매운 고추를 뜻하는 말이다. ‘굴카고’는 그리고를, ‘꼬시한 눈밥’은 고소한 누룽지를, ‘말키’는 모두를 뜻한다. ‘얼릉’은 빨리, ‘부저케’는 부엌이다. 울산 출신 문학박사 신기상(68)씨의 녹음기와 수첩에 담긴 사투리 중 일부다.

 그는 3만 개 이상의 이런 울산 사투리를 수집했다. 20여 년간 울산 울주군 언양장·남창장 등 10여 개 장터를 직접 다니며 모은 사투리들이다.

 “울산 사투리는 신라어의 후속어입니다. 국어의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요.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존해야 합니다.”

 울산 울주군 웅촌 출신인 신씨는 1963년 부산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창천초등학교와 경기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98년부터는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를 지냈다.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만 50년째 살지만 아직 사투리를 씁니다. 문법적으로 규칙과 제약이 많은 표준어와 달리 사투리는 생동감 있고 사람 냄새 나는 말이기 때문이죠.”

 최근 신씨는 녹음기와 수첩에 쓰인 사투리를 어휘별로 분류하고 있다. 울산 사투리만 빼곡히 담긴 950쪽 분량의 ‘울산방언사전’을 만들기 위해서다. 오는 10월 발간 예정인 그의 사투리 사전은 시골 장터 촌부들의 입에서 나오는 현장감 있는 사투리를 예문으로 많이 실을 계획이다.

 울산시도 사전 제작에 참여한다. 시가 신씨로부터 저작권을 구입하고 사전을 만들어, 오는 연말 전국 대학과 국·공립도서관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60년대 울산이 공업단지로 지정되고 타 지역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울산 고유의 사투리 억양과 단어가 사라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울산=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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