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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티켓 뭉치면 싸게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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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22일 뮤지컬 ‘아이 러브 유’ 공연장을 찾은 주부 관객들. 김경빈 기자

22일 오후 뮤지컬 ‘아이 러브 유’(남경주·최정원 등 출연)를 상연 중인 서울 종로구 연강홀.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의 주부 관객이 유난히 많았다. 주부들이 ‘단관(단체관람)’에 나선 것이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주부는 70여 명. 값비싼 뮤지컬 공연을 저렴하게 볼 수 있다는 입소문을 전해듣고는 단체관람을 주선한 오숙자(42)씨에게 연락해 모인 사람들이다. 30일과 31일에도 각각 30여명씩 ‘아이 러브 유’를 관람할 예정이다. 역시 오씨가 주선.

이처럼 입장료 할인을 위해 개인들이 모여 공연을 단체로 관람하는 예가 늘고 있다. 뮤지컬 동호회 등의 단체관람과 다른 점은 회원간 친목 도모와 공연에 대한 의견 교환을 위한 뒤풀이 등 오프라인 모임 없이 공연에 맞춰 뭉쳤다가 공연 후 뿔뿔이 흩어진다는 점. 일종의 티켓 할인 구매를 위한 모임인 셈이다. 이 주부들의 모임은 서울 행당동에 소재한 한 교회의 신자들 모임에서 출발했다. 저렴하게 단체관람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십수명씩 동원가능한 '중간 모집책'이 따라 붙었다. 처음에 50명 가량이던 이 모임은 지금은 200명을 넘어섰다.

이날 주부들은 3만5000원짜리 S석 티켓을 2만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이례적으로 주부들이 단체관람을 요청하자 공연제작사가 일반 할인보다 더 싸게 표를 내놓았고, 주부들은 5000원씩 지원받는 문예진흥원의 사랑티켓까지 활용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도 할인 구매 모임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2만8000여 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매진티켓 만들기(cafe.daum.net/dcticket)'와 1만여 명의 '누드티켓(cafe.daum.net/letsgocom)'이 대표적인 사이트.

누드티켓 운영자인 조상훈씨는 "뮤지컬 동호회가 단체관람에 나설 경우 관람일이 단 하루로 정해지기 때문에 그 일정을 맞추기가 힘들고, 관람 후 동호회 회원들이 함께 하는 뒤풀이를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도 많다"며 "친한 사람 2명 또는 4명씩 오붓하게 공연을 관람하려는 사람들이 주로 사이트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누드티켓 등 인터넷 모임의 경우 관람일을 여러 날짜로 분산해 회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웬만한 뮤지컬 동호회보다 관람 인원이 많아져 더 큰 폭의 할인을 받기도 한다.

회원 2만 여명의 '연극사랑사람사랑(cafe.daum.net/play)'은 아예 공연제작사가 할인가격을 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직접 제시, 관객들을 모으도록 하고 있다. 운영자 이재진씨는 "관객이 공연사들과 직접 접촉해 다양한 할인 혜택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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