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 정치상 ③|정치현실(중)|「분열」알면서도 분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야당은 현실을 긍정적인 눈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조각난 야당처럼 서로가 현실을 보는 눈도 달리하고 있다. 민중당은 극단의 적대의식을 가장 잘못된 것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신한당은 대적의식을 기피하는 민중당의 「베일」에 불신의 눈을 돌리며 「야당부재」로 현실을 진단했다.
역시 한·일 협정 비준을 둘러싸고 맞섰던 야당 안의 강경론과 온건론의 싸움은 현실을 보는 눈의 차이에 한 가닥 근원이 있었던 것이다.
『물의 저류에는 외면하고 포말에만 휩쓸려 제멋대로 흘러가는 현실. 그래서 오늘의 소란들이 역사 앞에 의미가 없다』는 것이 민중당 유진산씨의 현실적 정의였다.
『위장된 민주주의의 껍질을 벗기고 순수한 이 나라 혈맥들이 민주주의 염원을 구현하려 했던 것이 4·19다. 그러나 5·16은 빈사상태의 민주주의 구출을 명분으로 민주주의를 파묻었다.
그리고선 혁명주체들은 강한 행정력으로 합리화를 강요했다. 이 때문에 대의명분이란 전래의 사상에 물든 국민은 강요된 합리화를 진실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었다.
이래서 상당히 평가될 만한 정부 시책에도 의욕적 협력이 따르지 못한다. 이것을 이처럼 보아 줄 때 오해하는 상황이 생겨나고 상대방에게는 적대의식만이 고조되어간다』는 것이 유 씨의 설명이다.
그와 정반대로 『거짓이 충만해 있다. 특히 야당 아닌 것이 야당으로 위장하고 있다』고 신한당의 정성태씨는 현실을 「야당부재」로 규정하고 들었다.
『공화당은 집권당 구실을 못하고 있고 정권을 잡을 의욕도 없는 위장된 야당이 있는 속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될 소지가 없다』는 풀이다.
이런 불신은 한·일 협정 비준 파동에까지 소급한다. 윤보선씨나 정성태씨는 『한결같이 걸어갔어야 할 야당의 투쟁을 헝클어 놓은 것이 이른바 공약을 어긴 원내 복귀며 이것이 야당 부재를 낳았다는 것이며 이 야당부재가 혼미의 근원』이라고 반론하는 것이다.
정치의 뒷자리에 나앉아 있는 양일동씨는 『믿음이 없다』고 진단했다.
5·16전의 정치인들은 긍지와 신념을 갖고 일했었다. 그러나 오늘은 모두가 아집에 사로잡혀 있다고 나무랐다.
김영선씨는 『혁명을 당한 내가 뭣을 말하겠는가』고 굳이 입을 다물면서도 『정치를 해보면 어렵다는 걸 알게된다. 우리의 정치의식은 높고 정치·경제 현실은 쉽게 정치의식과 균형을 맞추는 데까지 오르지 못한다. 이래서 국민에겐 언제나 불만이 충만해 있다』라는 말로써 오히려 다짐들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에 동정했다.
야당은 불신과 분열과 그래서 대립만을 보태 가는 오늘의 정치양상이 공화당의 정보정치, 정쟁법의 단계적 해제, 정치자금의 동결 등 5·16 후의 발달한 정치수단에 의한 것이란 판단에 일치한다.
『여당은 비대하고 야당은 자꾸 말라고 이대로 가면 일당의 영구집권 속에 정치는 침체되고 만다』는 민중당의 홍영기 의원의 현실판단이다. 야당은 분열을 가장 잘못된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분열 이전으로 되돌아가지는 못하는 것이다. <석>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