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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前최고 "전당대회 일정 빨리 결정해야"

중앙일보

입력

민주당 이인제최고위원은 5일 여권의 향후 경선일정과 관련, "최종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서 결정하겠지만 투명하게 일정이 제시돼야 한다" 고 촉구했다.

이위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불확실은 혼란이 원인이 되니 일정을 밝혀 질서있게 나아가야 한다" 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위원은 또 "최악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 것이며 시간을 놓치면 최악의 결정이 되는 것" 이라면서 여권의 경선일정에 대한 조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당내 일각에서 정계은퇴를 요구하고 있는 동교동계 권노갑전의원과 청와대 박지원 정책기획 수석에 대해 이위원은 "당사자와 대통령이 깊이 생각해 결정해야 한다" 면서 "그러나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 고 말해 인적청산 주장에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음은 이위원과의 일문일답.

-비상과도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최고위원들이 집단 사퇴했으니 최고위원회의는 없다. (당시에) 배석한 이종걸 대표비서실장에게 (당헌 당규상의 요건을) 확인했었다. 현재 대통령이 지명한 최고위원들이 5명이고 선출된 7명도 잔여 임기가 6개월 이내이기 때문에 사퇴하면 대통령의 지명이 가능하다. 총재가 지명해 과도체제를 구성해야 한다. "

-최고위원회의를 존속시킨다는 뜻인가.

"당헌상 존재하는 기구이니 다른 방법은 없지 않은가. "

-최고위원회의가 분란만 일으켰다고 주장했는데 비상과도체제로서의 최고위원회의는 어떻게 구성해야 하나.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다. 최고위원들 모두가 사퇴하는 엄중한 사태가 발생했으니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지혜롭게 해야한다. 총재의 의중을 이해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낼수 있는 분들로 구성되지 않겠나. "

-이위원의 캠프에선 최고위원들이 무더기 사퇴하게된 배경에 음모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 (크게 웃으며) 그렇게 생각해본 일이 없다. 음모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생각해본 일 없다. "

-향후 평당원으로 어떤 행보를 할 것인가.

"의원이니 의정활동 열심히 해야한다. 자유롭게 시간을 갖고 국민들에게 다가가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것이다. "

-김대중 대통령이 7일로 예정된 회의에 참석하라고 권유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총체적인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들이 논의해 사퇴를 결의한 것이다. 기존 최고위원들의 지위는 사라졌다. "

-전당대회를 언제 열어야 하나.

"비상 과도체제가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전략적으로 설계하고 김대통령의 재가를 얻어서 결정할 것이다. 보다 투명하게 일정이 제시돼야 한다. 불확실은 혼란의 원인이 된다. 분명히 일정을 밝혀 질서있게 나아가야 한다. "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일정이 결정돼야 한다는 것인가.

"내년 전당대회가 1월 20일 전후에 있는데 그 이전에 새로운 전당대회의 일정이 밝혀져야 한다. "

-이위원 지지자들은 내년 지자제 선거 이전에 여권의 차기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기전 시기를 밝히는 건 도리가 아니다. 당에서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방법으로 결정할 것이다. "

-민주당 의원들 여론조사에서도 지방선거전에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참고사항이 될 것이다. 전략적 분석과 접근이 필요하다. 지방선거는 6월에 있고 바로 그뒤 대선이 있으니 지방선거의 성격을 잘 규정해야 한다. 그게 대선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결정해 후보를 언제 뽑는게 도움이 되는지 판단해야 한다. "

-최근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가당찮은 소리다. 청와대와 왜 각을 세우나. 쇄신은 해야한다. 민심이반 현상으로 선거에서 완패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거기에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면 살아있는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 그러나 질서있게 수용되고 조치가 나와야 한다. 쇄신은 얘기할 수 있으나 그 구상과 결단은 대통령이 해야한다. "

-노무현 최고위원이 이위원을 겨냥해 청와대를 협박하고 있다는 말을 했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으나 동료의원이 발언한 얘기니 도움될 것이다. "

-민주당내 젊은 의원들이 인적쇄신을 얘기하고 있다.

"쇄신해야 한다. 시대적 국민적 요구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여기에 대응해 새 정책과 전략을 세우는걸 게을리 하면 발전은 없다. "

-소장파들이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전의원과 청와대 박지원 정책기획수석을 물러가라고 이름을 거명해 주장한다.

"실명이 거론되는 자체가 아름다운 일은 아니다. 결국 당사자들이 깊이 생각할 것이고 대응강도를 생각할 것이다. 순리대로 풀려나가지 않겠나. 당사자와 대통령이 깊이 생각하고 거기에 맡겨야 한다. 하지만 강요하면 안된다. "

-이위원은 최근까지 한두 사람 바뀐다고 달라지는게 아니고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입장이 변했나.

"근본문제는 시스템과 구조다. 그걸 바꾸고 거기에 맞는 인사들로 팀웍을 구성하는게 일의 순서고 해결책이다. 하지만 누군든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 "

-당은 시스템을 바꾸고 있나.

"전당대회를 계기로 보완작업이 이뤄질 것이다. "

-당내 소장파들은 먼저 쇄신을 하고 그다음에 경선일정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밝힐 것이다. 우리의 입장이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언론을 통해서도 전달되지 않는가. "

-음모론이 있다고 보나.

"오늘부터 음모 얘기좀 쓰지 말라. 그런것 없다. 궁극적 조치는 대통령이 하는 것이다. 장관 1명을 바꿔도 사람을 찾는다. 그러니 대통령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 조치가 나오도록 도와야 한다. "

-최고위원들 일괄사퇴는 의도된 것인가.

"의도했다기 보다는 상황이 그렇게 됐다. 그 상황에서 일괄사퇴 안해도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논의끝에 비상한 과도체제를 결성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

-비상과도체제 결성을 그 자리서 결정했다는 것인가.

"일부 의견이 있었지만 결국 회의를 주재한 대표가 그렇게 결론 내렸다. "

-청와대 수석에게 대통령을 잘 모시라고 질책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괄사퇴 반려등의 얘기가 나와 엄중한 상황의 심각성을 잘 받아들이고 개척해 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

-한광옥 대표가 다시 유임한다면.

"대통령이 재신임하면 되는 것이다. "

-후보들간의 연대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거야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게 아닌가. "

-소장파들은 실세대표가 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모든건 대의원들의 뜻에 달린 것이다. "

-비상 과도체제가 언제까지 유지되는 것인가.

"다음 전당대회까지 가는것 아니냐. 향후 일정등에 대해 만장일치 합의가 안되면 궁극적으로 총재가 결단해야 한다. "

-최고위원회의가 해체됐으니 모든걸 대통령이 결정하라는 것인가.

"특별기구가 예정대로 만들어졌다면 과학적으로 논의하고 최고위원회의서 논의해 합의하고 해야 하는데 그렇게 진행이 안되고 지도부가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니 비상과도체제에서도 이와 비슷한 논의 과정을 거쳐서 실무기구를 만들거나 현재의 기구를 활용해 선택 가능한 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완전합의는 불가능하다. 결국 총재가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결정이든 때를 놓치면 안된다. 테오도르 루즈벨트 대통령이 '우리가 어떤일을 결정할 때 최선의 길은 잘된 결정을 하는 것이다. 차선은 나쁜 결정을 하는 것이다. 최악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결정할때 뭔가 결정해야 한다. 시간을 놓치면 최악의 결정이 되는 것이다. "

김종혁 기자 <kimc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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