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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 외교의 술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두 말 할 것도 없이 건국 이후 한국이 취한 대외정책 결정 중 가장 중대했던 것은 한·일 국교정상화에 관한 것이다.
거년까지의 국내 여론의 분열이 얼마나 우심하였던 것인 가를 여기 상기한다면 한·일 국교 정상화라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대외문제이면서도 곧 국내문제이었던 가를 상상키 어렵지 않다. 그러면서도 이 중대한 문제가 결정되기에 이르렀던 것은 새로운 한·일의 선린이 「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에 직결된 문제인 것으로 고려되었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민은 지난 불행의 시간 속에서 뼈에 사무쳤던 일본에의 의념을 일부러라도 고쳐잡아 보려고 애써왔던 게 사실이다. 새로운 선린에 합당한 새로운 모습의 협력관계가 무엇보다도 일측의 성의있는 태도표현으로 구현될 것을 바랐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근래에 이르러 일본이 농하기 시작한 외교상의 일련의 술수를 보고 우리는 기대못할 것을 기대한 것 같은 불쾌감을 안게 된다.
일본 외교가 전통적으로 기교에 편중하여 왔었음은 오늘에도 의심할 사람이 없겠거니와, 다음에 적기하는 몇 가지 외교적 태도들은 그 전형적인 범주에 속한다 할 것이다.
첫째, 일본 정부는 해양환이 우리 전관수역을 침범한 사실을 때늦게 부인할 뿐 아니라 화광환 사건과 함께 말도 안되게 손해배상청구 의사를 밝히고 있다.
둘째, 민간상업차관 한도해석을 둘러싸고 3억불 이상이라 했던 것은 다만 「서수」를 의미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새삼스럽게 구차한 기교를 부린다.
세째, 청구권 제1차년도 실시계획에 있어서 어업협력자금 9천만 「달러」와 선박도입자금 3천만 「달러」의 「금액표시」를 해소시키려는 정략적 복선을 깔고 덤빈다.
네째, 한·일 무역회담에서는 그들이 해양선진국이라는 입장을 원용, 우리의 「쉽·코리아」 정책을 전적으로 뒤엎는 결과로 되며 우리 해운의 특수성을 완전히 외면하는 이른바 「선박선택 자유의 원칙」을 고집하고 있다. 또 제1차산품 수입제한 철폐 교섭에서도 일측은 전혀 태도변경을 안했다. 대충 이상에 열거한 것이 일본이 작금의 한·일 교섭에서 보인 태도이거니와, 여기서 그 누가 성실한 선린에의 노력을 그들이 쌓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인가.
그밖에도 북괴기술자 입국허용 문제를 놓고 일본 정부가 표시했던 관심 문제 등이 있지만 아뭏든 이 모든 태도들에서 우리는 여전하게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본 외교의 간교를 보게 된다. 한심한 일이다. 최근에 표시된 이 일련의 일측 태도들만 놓고 생각한다면 결국 일본은 조금도 구태를 벗어났다고 볼 수가 없다. 동시에 한·일 국교 정상화라는 문제가 반드시 담아야 할 내용에 대해서도 우리의 기대와는 엉뚱하게 다른 눈을 가졌다 할 수밖에 없다.
앞에서도 지적하였지만 한·일 국교 정상화 결정은 적어도 한국의 건국 이후의 대외정책 중 가장 심각하고 중대한 결정이었다.
만일에 이러한 한국의 역사적 결정의 의미가 계속 일측의 간교로 흐려지기만 한다면 그것은 결코 우리만의 불행이 아닐 것이다. 일 정부는 하루빨리 술수를 제한 대국적이고 성실성있는 태도로 환귀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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