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금융질서 보고서 주도한 사공일 이사장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을 두 축으로 하는 국제 금융체제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

요즘 국제 금융가의 화두(話頭)다.

1944년 만들어진 IMF.세계은행 체제가 90년대 후반 남미와 아시아 각국에 닥쳐온 금융위기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선진국 중심으로 이뤄져온 이 논의에 신흥시장의 입장을 처음으로 종합.정리해 제시한 세계경제연구원 사공일(司空壹)이사장을 만났다.

-그동안 국제 금융체제 개편 논의는 어떻게 이뤄졌나.

"미국이 주도해왔다. 미국 의회는 '멜처(Meltzer)보고서'를 냈고 미국 외교협회(CFR)도 자체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두 보고서는 철저하게 선진국 입장만 반영했다. 신흥시장의 입장은 두 보고서에 소수 의견 정도로만 취급됐다."

-선진국과 신흥시장 국가의 입장은 어떻게 다른가.

"그동안 선진국은 신흥시장 국가에 대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8% 이상으로 높여라', '환율 결정을 시장에 맡겨라'는 등 요구만 해왔다. 그러나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 선진국 은행들이 대우그룹에 내준 대출금까지 한국 정부에 지급보증을 서라고 했을 때는 팔짱만 끼고 있었다.

금융위기의 심화를 막기 위해선 선진국 은행들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이런 일은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게 신흥시장의 입장이다."

-이번 보고서를 IMF.세계은행이 얼마나 반영할 것으로 보는가.

"서울보고서는 민간 차원(NGO)의 의견 제시일 뿐이다. 그래도 보고서 작성에 아시아.남미.아프리카의 전직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등이 대거 참여했고 미국의 경제학자들도 자문그룹으로 서명해 IMF.세계은행도 참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본다."

-한국이 보고서 작성의 의장국이 된 배경은.

"보고서 작성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한 포드 재단이 세계경제연구원에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달라고 요청해왔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극복한 신흥시장 가운데 경제력이 가장 큰 국가이므로 앞으로 이같은 논의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경민 기자 jkm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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