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북 랜드 박진규 사장 '재미 · 공익성'으로 성공

중앙일보

입력

'사랑하는 아내에게.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지도 모르겠소. 당신의 만류를 뿌리치고 사업을 하겠다며 직장을 떠났던 내가 원망스럽구려. 1999년 11월 11일.'

'여보, 직원들에게 창립 이래 처음으로 오늘 특별 보너스를 줬소. 2000년 4월 30일.'

어린이 회원들의 집을 찾아가 매주 4권씩 책을 빌려주는 업체 아이북랜드(www. ibookland. com)의 박진규(38) 사장이 아내에게 보낸 편지다. 5개월만에 회사 상황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99년 10월 어린이 도서 방문 대여를 시작하고 2년이 지난 지금 유료 회원이 4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매출 4백10억원에 경상이익 46억원을 예상한다.

지난달 17일에는 KTB 등 5개 벤처캐피털로부터 26억원의 투자유치를 받았다. 투자 조건은 주식 액면가의 26배였다. 직원 월급도 99년에 비해 올해 두배로 올랐다. 불황에 허덕이는 요즘, 군계일학(群鷄一鶴)격으로 성장을 거듭하는 회사가 된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새 사업 분야를 찾아 인원을 대폭 전환 배치한 나름대로의 구조조정이 큰 역할을 했다. 86년부터 국세청 공무원으로 일했던 朴사장은 93년 사업을 하겠다며 직장을 그만두었다.

"3개월만에 퇴직금과 모은 돈을 다 날렸죠."

허덕이며 이런 저런 사업을 해보다 99년 10월, 어린이도서 방문 대여라는 새 일을 시작했다. 입회비 1만2천원, 월회비 1만원을 받고 매주 네권의 새 책을 빌려주는 것이었다.

"그전까지 체득한 다섯가지 사업의 성공 요건이 있습니다. 잘 아는 분야일 것, 외상거래가 없을 것, 계절별.월별 수입 변동이 적을 것, 소비자가 재미와 공익성을 함께 느낄 것, 서비스 이용료가 저렴할 것 등이지요. 새 사업은 여기에 딱 들어맞았습니다."

여직원 한 명과 전화 한 대를 새 사업 전용으로 배치한 뒤 중앙일보에 광고 전단을 끼워 돌렸다. 당장 전화가 오고 10여명 회원이 확보되더니 입소문이 번져 닷새만에 회원이 60여명으로 늘었다.

"되겠구나"하고 우선 있는 돈으로 어린이 책을 사들였다. 그런데 99년 11월10일, 직원 월급날이 왔다. 회사 통장에는 달랑 1백만원 밖에 없었다.

"다음날 긴급 직원 회의를 소집했죠. 회의 직전 참담한 마음에 아내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회의에서 직원들의 도움을 호소하고 25명 대부분을 새 사업에 돌리는 등 작은 기업 나름의 구조조정을 했다. 곳곳에 대리점이 생기고 5개월 사이 회원이 2만명으로 늘었다.

"2000년 4월, 특별 보너스를 주며 전체 직원 앞에서 99년 11월의 편지를 읽었습니다. 누군가 훌쩍거리더군요."

사세가 확장되며 지금은 전국 1천3백여 대리점까지 갖췄다. 회원이던 아파트 주부가 대리점을 차리기도 했다.

"내년 중 회원 1백만명 달성이 목표입니다. 대상인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가 9백만 명이고, 지금의 확장 추세를 생각하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글=권혁주.사진=박종근 기자 woo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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