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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선 '도시재생사업' 돈될 것 같다는데…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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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새 정부가 부산 등 낙후된 지방 구도심 재생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고 합니다. 총 10조원의 돈을 이 사업을 위해 마련할 계획인데요, 중앙정부가 직접 사업을 지원하는 형태입니다.

이를 위해 새누리당은 이달 안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도시 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처리할 계획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주요 공약인 주거 복지를 강화하기 위한 필수 정책이라는 겁니다.

새누리당 측은 “낙후된 구도심 재생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당선인 의지를 반영해 (특별법을) 우선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부산 금정구 유세 현장에서 “낙후된 도시를 되살리기 위해 도시재생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도시재생, 복지 차원에서 접근

지난해 6월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대표 발의한 특별법안은 논란이 많은 뉴타운·재개발식 대규모 개발 대신 구도심 노후 주택 개보수 사업 등을 적극 추진하고, 중앙정부 국고 지원 등 공공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10조원 규모 도시재생기금을 신설하고 중장기 국가도시재생 기본 방침도 수립할 계획인데요, 이 도시재생사업은 기본적으로 재개발·재건축과는 많이 다릅니다.

낡은 도심을 재생할 수 있는 길은 사실 재개발·재건축 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이 사업이 제대로 안 되고 있죠. 그런데 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꼭 필요한 사업입니다.

낡아가는 구도심을 그대로 놔둘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나온 게 바로 이 도시재생사업입니다. 이 사업은 기본적으로 도시를 새롭게 정비한다는 차원에서 일반적인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의미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많이 다릅니다. 무작정 낡은 집은 부수고 새 아파트를 짓는 게 아니라, 정부가 일정 부분 투자하면 주민들이 고택 등 해당 지역의 역사와 모양을 그대로 간직한 채 기반시설이나 주택을 보수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성격은 좀 다르지만 서울시 등 일부 자치단체가 시행 중인 ‘그린파킹’ 사업을 떠올리면 좀 쉽습니다. 이 사업은 단독·다세대주택 밀집지역의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한 것인데요, 자신의 주택 담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주차장을 들이면 자치단체에서 주차장 조성비용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해주는 사업입니다.

이 사업도 넓은 의미로는 일종의 도시재생사업인 거죠. 이렇게 담장을 허물고 주차장을 들임으로써 주차난을 해결해 주거환경을 개전할 수 있으니까요. 여당이 추진 중인 도시재생사업은 이 사업보다는 좀 더 규모가 크고, 복지 차원에서 추진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재원 마련 쉽지 않아

이 도시재생사업이 눈길을 끄는 것은 지금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입니다.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집값이 오르더라도 과거처럼 급등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앞으로는 지금과 같은 재개발·재건축이 쉽지 않을 꺼라는 얘기죠.

그러니 도시 재생사업에 앞으로 정부 등 관(官)이 나서서 해야 하지 않겠냐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우선 돈이 문제입니다. 적어도 한해에 2000억원 정도는 있어야 할 것으로 학계는 내다보는데 당장 재원 마련 방법이 신통치 않습니다.

박 당선인의 주요 공약이 돈이 많이 드는 복지 쪽에 맞춰져 있다보니 도시재생사업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가 결코 순탄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지난해 예산 책정 때도 도시재생사업을 위해 배정된 돈은 5억원 정도였습니다. 5000억원을 신청했는데 말이죠.

어쨌든 이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지방의 구도심이 우선 사업 대상이 될 것 같습니다. 서울이나 수도권은 아직 재개발·재건축으로 사업을 추진 중인 곳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방 구도심 중에서도 과거 그 지역 산업·경제의 중심지였다가 첨단산업에 밀려 쇠퇴한 도심 말입니다. 

 주거시설이 노후화된 데다 상업 기능까지 위축되는 ‘복합형 공동화’로 황폐화되고 있는 곳들인데요, 섬유산업으로 번성하던 대구·마산(현 창원)의 도심이 대표적인 곳입니다. 이들 지역은 구도심을 지탱해 오던 섬유 등 노동집약적 산업이 90년대 이후 외곽이나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황폐화된 곳이죠.

사실 이런 지역은 전국에 많습니다. 나주(전남)·밀양(경남)·동해(강원) 같은 중소도시는 물론 부산·대구·인천 같은 대도시도 예외는 아닙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들 구도심이 모두 도시재생사업의 대상지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재개발·재건축처럼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이들 지역에 앞서 투자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도심재생사업이 끝나면 주거환경이 좋아져 집값도 오르긴 하겠지만 앞서 설명한 데로 잠정적 사업 대상지가 워낙 많고, 정부의 사업 방향에 따라 얼마든지 사업지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정부의 도심재생사업에 대한 윤곽이 어느 정도 나오기 전에는 섣부른 투자를 해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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