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형 수능 유보 땐 더 큰 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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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지역 9개 대학이 올해 처음 도입되는 선택형 대학수학능력시험 실시를 유보하라고 주장하자 11일 교육계가 술렁거렸다. 일각에선 “선택형 수능으로 입시가 복잡해지는 만큼 유보 주장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3년 전에 예고된 사안인데 이 시점에 유보 논의가 나오는 것 자체가 고교들에 더 큰 혼란을 초래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많았다.

 앞서 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 등 서울지역 9개 사립대학은 “수준별 수능 도입으로 대학 입시가 복잡해지면 사교육 컨설팅이 성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는 즉각 “유보 불가”라고 맞섰다.

 선택형 수능을 예정대로 실시해야 한다(유보 반대)는 쪽의 논리는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다. 전국 고교 진학상담 교사 모임인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는 이날 “선택형 수능이 도입되는 첫해라 다소 어려움이 따르겠으나 해를 거듭하며 제도를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종우 협의회장은 “9개 대학이 2011년 연초에 선택형 수능 도입안이 발표됐을 때는 손 놓고 있다가 지금 와서야 뒷북을 치고 있다”며 “고교들이 3년간 예방주사 다 맞고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교과부가 선택형 수능 도입을 확정한 것은 2011년 1월이다. 공청회와 정책간담회·설문조사를 통해 여론 수렴을 거친 뒤다. 수능 개편안은 시행 3년 전에 발표한다는 ‘3년 예고제’ 원칙을 충실히 따른 것이다.

 양정호(교육학) 성균관대 교수는 “수능 3년 예고제의 대원칙이 깨지면 교육정책, 특히 대입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여지 없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승현 정책실장도 “선택형 수능이 교과부 주장대로 수험생 부담을 덜어줄지는 미지수”라면서도 “하지만 이미 발표된 정책인데 이를 도입 예정 첫해에 뒤집는 것은 곤란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도 비슷한 입장이다. 교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선택형 수능 실시에 따른 수험생과 고교·대학의 준비 부족과 어려움은 이해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유보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수험생과 학부모,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9개 대학의 문제 제기 방식에 대해서도 일부 대학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대 입학처장은 “우리 대학은 선택형 수능으로 예년보다 우수한 학생을 뽑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9개 대학의 의견이 전체 대학 입장인 것으로 비쳐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2014학년도 수능부터 적용되는 선택형 수능은 국어·수학·영어 세 과목에 한해 기존 수능과 같은 난이도인 B형, 이보다 상대적으로 쉬운 A형 등 수준별 시험을 치르는 것이다. 수험생의 입시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이에 맞춰 대학들도 이미 지난해 말 A·B형 점수 반영방법 등을 발표한 상태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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