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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보다 민족 추구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독일민족의 통일에의 의지는 어떠한가. 그리고 통일의 현실적인 전망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다고 보는가?

<정세 판단 곤란한 독일 통일의 시기>
▲『정치가가 아닌 나로서는 정세판단이 곤란하다. 통일이 10년 후에 실현될지 백년 후가 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독일이 정치적으로 분열된 적은 전에도 있었으나, 통일된 문화의 기반은 항상 공유되어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현재의 분열은 문화의 풍토 자체를 다르게 만들어가고 있지 않은가?

<동독 정치체제가 정신풍조 바꾸고>
▲『그것은 중대한 문제다. 전의 분열은 단순한 정치적 분열에 그쳤기 때문에 문화의 발전에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았다.「쉴러」는 동독에서 서독으로 이주했고 바그너는「라이프찌히」에서「바이로이트」로 가서 살았다. 이러한 통일적 상황에서 독일의 예술적 문화는 꽃폈다. 그러나 현재 동독은 정치적인 영향으로 인해서 정신적인 풍토 자체가 변질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아직은 크게 보아 문화의 공통성이 유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동독에도 교회가 엄연히 있으며,「로마」의 고전 시는 동서독에서 모두 출판되어 읽힌다.「유럽」적 정신문화의 공포의 뿌리는「이데올로기」의 밑바닥으로 깊이 뻗어있는 것이다.
-「이데올로기」와 민족의 문제를 독일의 젊은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의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독일의 젊은 학생들은「이데올로기」보다 민족적인 것을 추구하는 열이 더 강한 것 갈다. 이것은 당연한 발전이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겠는가? 젊은 세대는 전쟁에 시달려 체념에 빠진 기성세대와 다르다』
-독일이 통일될 때에「이데올로기」의 차이가 동족간에 어떠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 보이는가? 그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통일의 시기와 방법에 따라 제기될 문제의 성질과 정도는 다른 것이다.
그러나 그 문제는 자본주의나 공산주의와는 중성적인 다른 차원의「에토스」를 택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가톨릭」과「프로테스턴트」의 뿌리깊은 반목과 투쟁이 근대시민사회 속에서 해소된 것처럼 현재의「이데올로기」의 대립도 결국 화해 점을 찾게 될 것이라고 본다』
-1차전 이후로 서양의 위기에 대한 종말론적 의식이 널리 퍼졌는데 이 위기의 근원과 정체는 무엇인가?

<종말의식 정체는 기술문명 발달에>
▲『서양문화는 희랍과 로마」의 문화와 유태·기독교에 그 근원이 있다. 이들 두 근원에서 나온 문화가 종합된 것이 서양문화다. 그런데 이것은「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냈을 때는 이미 그 자체를 파괴할 요소를 키우고 있었다. 자연과학의 발달은 인간과 과학의 대상으로서의 사물의 관계를 전도시켜 버렸다. 인간이 대상화되기에 이른 것이 서양의 위기의 본질이다.
-서양이 낳은 기술문명이 무서운 파괴력을 지니게 됨으로써 서양의 의기는 세계의 의기에 직결되었다. 전 인류의 관심사인 서양의 위기는 어떠한 방향으로 극복될 수 있는가?

<대상과 극복으로 인간 가치 재평가>
▲『우리는 자연과학이나 기술문명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의 한계가 명백하게 폭로돼야 한다. 자연과학적 사고방식으로 인간을 대상화하는 일이 극복돼야 한다. 인간과 과학의 대상으로서의 자연과의 차이를 가늠하는 주제적 이성을 회복하여 인간을 그 내적인 가치에서 파악하게 되어야 위기는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위기의 문제를 극히 철학적으로 밝힌다. 비난도 낙관도 아닌 냉정한 입장에서 표면적인 역사의 포말의 저류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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