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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역 균형에의 활로로 각광받는 가공무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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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당국의 철저한 단속으로 줄어든 특정 외래품을 대신해서 이른바「보세 가공품」이 외산이라면 무작정 덤벼드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편승, 시중에서 음성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렇게 매매되는 보세 가공품 중에는 원자재를 들여다 보세구역에서 가공한 것이 실제로 유출된 것도 있지만 그 대부분은 보세가공을 통해 얻은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국산자재를 써서 만든 가짜. 그만큼 보세 가공무역은 한국의 상품제조 수준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으며 그 제품은 특정 외래품에 이어「좋은 품질, 우수한 성능」을 표징하는 새「모델」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보세가공무역이 격심한 역조상태를 벗어나려는 한·일 교역 면에서「균형에의 활로」로「클로스·업」되고 있다는 점이다.
26일 하오에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폐막한 제3차 한·일 무역회담의 초점이 교역 불균형의 시정에 있었던 것처럼 그 타개방안으로 가장 각광을 받은 것은 보세 가공무역이다. 정부는 1대3.17(65년도)의 대일 수출입 격차를 우선 1대 2정도까지 좁히기 위한 수단으로 보세 가공의 제도적 보장을 이번 회담에서 집요하게 주장했으나 일본측은「케이스·바이·케이스」의 선처를 약속했을 뿐 기본적인 문제점들은 5월에 서울서 열릴「관민합동보세 가공협의 회의」의 숙제로 남겨졌다.
그러나 산업구조가 고도화하여 중화학 및 대기업 중심으로 옮겨간 일본경제의 쇠퇴산업부문이 국제분업의 원칙에 따라 신흥국에 잠식되는 것은 불가피 한 것이며 또 그것은 세계의 노동력, 기술, 자본 및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러한 일본의 사양산업을 한국이 계승 흡수하는 선행과정으로 노동집약적인 중소제조업분야의 보세 가공무역을 추진하는 것은 두 나라를 위해 다 같이 소망스러운 일이며 다만 제도적 변혁에 따른 눈앞의 이해를 조정하는 일만이 문제로 남아있는 셈이다.
물론 수출총액 증대에 대응해서 1차 산품 수출액도 어느 정도는 늘어날 테지만 수출 구성비로 볼 때 1차 산품의 비중이 점감 추세에 있기 때문에 무역 규모팽창에 비례하여 대일 수출액을 증가시키려면 가공무역 확대와 같은 근본적인 균형화 방안이 불가피 한 것.
지금까지 보세가공 수출은 ▲62년의 l백15만「달러」를 기점으로 ▲63년4백89만「달러」▲64년5백64만「달러」를 거쳐 ▲65년엔 1천9백63만「달러」로 4년간에 무려 19배의 급격한 신장 율을 나타냈다.
당국은 올해 보세가공 수출액을 총수를 목표의 10%인 2천5백만 달러로 예정하고 있으나 교섭 여하론 일본에만도 1천4백만 달러를 가공 수출하고 이를 67년에 2천2백만 달러, 68년에는 3천1백만「달러」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일본측으로서도 인건비 상승으로 구미시장에서 면직물, 섬유제품, 조화, 인조 진주, 합판 등의 노동 집약적인 생산품이 저개발국 파의 경쟁을 통해 점차 그 지반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에 대비에 비해서도 수준이 높은 한국의 값싼 지적 노동력은 매력적인 존재다.
보세 가공업계는 대일 가공품 수출에 부과되는 관세가 평균 20∼30%의 고율이기 때문에 이중 과세가 철폐되지 않고 그 밖의 장벽들이 제거되지 않는 한 일본과의 가공무역 증가는 비관적이라고 울상이다.
62년도에 천우사가 시작한 조화를 효시로 하는 보세가공은 지금 60개 업자에 1백개 공장으로까지 확대되었으며 유휴상태에 있던 전국의 섬유공장은 산적한 일거리에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 있다. 미국에서 들여온 목재로 이쑤시개를 만들고 보석 원석을 갈아서 반지를 만든다던지「시보리」원단에 홀치기 가공을 하는 것 등 가공내용도 갖가진데 심지어는 노후선박을 들여다 해체해서 고철로 수출할 계획까지 추진되고 있다.
가공제품에는 경우에 따라 위탁자의 상표를 쓰기 때문에 홍콩에서 산 일제「와이샤쓰」가 국산이었다든가 PX에서 나온 남방 샤쓰가 실상은 국내에서 가공하여 일본으로 갔다가 PX에 납품되어 다시 들어온 물건이었다는 등의「에피소드」도 나온다. 최저 10%이상 평균가득율 30%의 보세가공무역은 이렇듯 많은 문제점과 화제를 안고 있으나 그 전망은 극히 밝아 개항장 근처에 가공무역 지대를 설치하는 계획도 구체화하여 가고 있다.
그러나 보세가공을 가능케 하는 것은 하루 고작 70∼80원의 저임금 때문이며 따라서 일부에선 철저한 노임착취에 바탕을 둔 사업이라는 비난도 있다. <순>

<보세가공 수출품목>
면제의류·합섬의류·스웨터·일본부인 의상용 교가공·양말·수편물·면포·알루미늄판·조화·야구 글로브·비닐 장갑·작업용 장갑·신사용 가죽장갑·비닐 슬리퍼·소모사·고무끈·스테인리스·양식기·트랜지스터 라디오·자수지·화장품·인형의상·모자익 타일·완구·스커프·어망·공업용 및 가정용 미싱·건어조미 가공품·러셀 레이스·합섬 직물·스펀지 슬리퍼·융단·손수건·털실 핸드백·구슬 핸드백·구슬로 장식된 용단·구슬로 장식된 매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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