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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회 소속 의원의 거취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민중당의 명정회 소속 의원들은「집단제명 요구서」를 동당대표 최고위원에게 제출 5월중으로 이 문제를 일단락 지어줄 것을 요구하고있다. 동회 간사는 신한당에 참여하겠다는 사람을 민중당이 붙잡아 둘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지적하고『민중당이 끝내 제명시켜주지 않을 때는 원내에서 계속 민중당의 비위사실을 폭로, 총선 6개월을 앞두고 오는 l2월께 집단탈당 의원직을 사퇴할 방침』이라고 언명했다.
작하의 한·일 협정 비중 파동을 계기로 민중당이 강·온 양파로 분열되었다가 그 중 강경파가 갈려나와 오늘날의 신한당을 조직하였는데 강경파에 동조하던 의원들이 명정회라는 원내 「서클」을 만들어 민중당의 주류파 의원들과 맞서 사사건건에 말썽을 일으켜 왔다는 것은 세인이 공지하는 사실이다. 따라서 명정회 소속 회원들이 공개적으로 집단제명 요구를 하게되었다는 것은 그들이 걸어온 행동 노선의 당연한 귀결이요,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제3공화정 하 우리 의회정치 사상 처음 생긴 집단 제명요구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현행헌법이 지속한다는 조건하 우리 나라 의회정치의 방향을 어떻게 실정하느냐 하는 것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국민적인 관심사가 되는 것이다.
현행 헌법은 유소속만이 국회의원 입후보를 할 수 있고, 국회의원은 임기 중 업적을 이탈하거나 변경할 때, 또 소속 정당이 해산될 때는 그 자격을 상실케 되어 있는데 합당 또는 제명으로 소속이 달라지는 경우에는 그 예외가 된다고 규정했다. 이 까닭으로 무소속이 입후보할 수 없음은 물론 국회의원은 임기 중 원칙적으로 당적을 바꿀 수 없게 되어있다.
세계에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와 같은 헌법규정을 만든 입법자의 의도가·어디 있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 그러나 가장 선의로 해석해서 그 입법목적이 양당제 확립을 촉진하는데 있었다해도 우리의 정치현실은 정히 그런 입법목적과 어긋나는 방향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국민의 주의를 환기하고 싶다. 무소속 입후보의 금지가 양당제 확립에 박차를 가하기는 고사하고 군소정당 난립의 폐단과 정당내분을 격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며 또 국회의원의 당적이동 금지가 민의의 변천을 국회의석 분포상황에 반영시키지 못해 의회정치의 화석화 경향을 조성하고 있을뿐더러 같은 당내에서 주류·비주류, 다수파·소수파 사이의 대립을 격화시켜 비생산적인 파쟁에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시인을 아껴서는 안될 사보이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폐단을 일소하고 대의제도를 대중사회의 저변과 밀착시키고 정당의 건전한 발달을 촉구하기 위해서는 헌법의 개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빈번한 개정은 우리가 원하는 바도 아니요, 또 우리사회의 제반 정세로 보아 가까운 시일 내에 개헌이 이루어 질 가망은 거의 없으므로 우리는 현행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당제도가 내포하고있는 모순과 결함을 시청하는데 최대한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회의원의 당적 문제에 관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당의 정치노선이나 정책에 중대한 의문을 품고 당적 통제가 양심상 못마땅한 것으로 생각되어 민의에 어긋난다고 판단하여 의원이 제명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그 소속정당이 서슴지 않고 이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소속정당에 충실하기 전에 자기의 양심이나 국민의 의사에 더 충실해야 할 도덕상 의무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민중당이 명정회 의원의 거취를 당리당략의 견지에서가 아니라 의회정치의 보다 높은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헌법이나 정당법의 맹점을 약용하여 분리를 원하는 소수파를 인질로 잡아둔다는 것은 공당으로 자처하는 정당이 취할 길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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